미국발 금융위기가 미국 정부의 7000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으로 진화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미국의 재정적자가 달러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 한동안 잠잠해졌던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 가격이 장중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고, 국제 금값도 온스당 900달러를 넘나드는 등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시금 올 상반기 동안 고수익을 안겨줬던 원자재펀드에 시선이 갈 만하다.

◆펀드 수익률 반영엔 시차 있어

한동안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펀드의 현재 수익률은 대체로 저조한 편이다. 최근 한 달 수익률에서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6.27%보다 나은 성적을 거둔 원자재펀드는 KB운용의 'KB골드파생상품A클래스', PCA자산운용의 'PCA골드리치파생상품A', 'PCA글로벌기초산업주식', SH자산운용의 'SH골드파생상품' 정도다. 이 중에서도 SH골드파생상품 펀드를 제외하면 모두 순자산액이 50억 원에 못 미치는 소규모 펀드들이다. 순자산 1544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주식ClassA1'은 최근 1개월, 3개월 수익률이 각각 -10.5%, -22.79%를 기록해 해외 주식형 펀드보다 4~5%포인트 이상 나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농산물에 집중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이 바닥권을 형성했다.

이는 지난주부터 유가와 금값이 급등한 데 비해 농산물이나 기타 산업금속 가격은 아직 하락 중인 데다, 원자재 관련 기업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제로인 이수진 펀드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 이익이 예상될 때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올라 수익률이 좋아지지만, 원자재 가격이 단기적으로 올랐다 빠지면 기대감이 꺾여 주가가 상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와 급락에 대한 단기 조정이 원자재 가격상승 원인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이 크게 달러화 약세와 그간의 급격한 가격 하락에 대한 반등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반등이 길게 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삼성증권 이재경 펀드리서치파트장도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달러화 약세와 그동안의 급락에 따른 반등의 성격"이라며 "아직 수급이 개선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결국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인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증시 전문가들은 원자재펀드에 대한 투자는 향후 원자재 가격 추이를 더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남형민 펀드리서치팀장은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1년 정도는 수요 둔화로 인해 원자재펀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그나마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천연자원 주식형펀드가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투자전략부 김순영 선임연구원도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할 가능성이 커 원유 등의 수요 감소 전망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물론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주요국들이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달러화 약세와 원자재 수요 증가로 나타나 원자재 가격 반등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