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코리아가 소형 해치백 골프에서부터 대형 럭셔리 세단인 페이톤까지 3개 인기 차종의 디젤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2005년 9월, 한국의 디젤 승용차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디젤차는 시끄럽고, 흔들리고, 매연이 심하다'는 선입견이 거대한 벽처럼 시장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미 출시한 디젤 승용차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수입차 업계도 '무리한 시도'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벽을 뛰어넘은 무기는 여론 주도층을 주 타깃으로 한 '지성적인 마케팅'이었다. 출시 행사를 쇼가 아닌 세미나로 대신하고, 일단 한 번 타보게 하는 '블라인드(blind) 시승' 등을 통해 조금씩 선입견을 바꾼 것이다. 지금은 디젤 승용차만 매달 300대 이상 팔고 있다. 2위와는 두 배가 넘는 실적이다. 폭스바겐의 디젤엔진을 뜻하는 'TDI'는 '성능과 경제성을 겸비한 승용차'를 뜻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준중형 해치백(hatchback₩뒷문이 위로 열리는 차)의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 유럽 최고수준의 4기통 디젤'TDI' 와 수동변속기를 자동처럼 움직여주는 첨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SG'를 조합해 주행 성능과 연비 양쪽을 만족시켰다.

런칭 쇼를 세미나로… 지성적 마케팅

폭스바겐 코리아 박동훈 사장은 "폭스바겐의 TDI 엔진은 소음과 진동 개선, 폭발적인 성능, 뛰어난 연비 모든 면에서 뛰어난 엔진이어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좋은 상품이라고 꼭 시장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우선 시장에 팽배해 있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깨야 했다. 그래서 출시 기념 행사를 오피니언 리더를 공략하기 위한 세미나로 바꾸었다. 독일 폭스바겐 본사에서 디젤 엔진의 권위자인 클라우스 피터 쉰들러 박사를 초청해 오고, 한국의 디젤엔진 전문가인 고려대 기계공학과 박심수 교수도 참석해 최신 디젤 엔진 기술 동향과 우수성, 친환경성을 역설했다.

그 다음은 일단 타보게 했다. 매장 방문 고객들에게 디젤차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고 운전해보게 하자 "이게 진짜 디젤차인가요?"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자동차 전문가와 언론에서 신기술 디젤엔진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높은 평가가 이어졌다. 덕분에 일반 소비자의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면서 디젤 엔진을 탑재한 골프와 페이톤은 단숨에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특히 대형 럭셔리 승용차에 디젤엔진을 달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통념을 희석시키며 페이톤 TDI 모델은 한국시장 출시 이후 지금까지 1600대 넘게 팔려나갔다.

페이톤 TDI 모델 안에 숨쉬고 있 는 디젤 엔진. 뛰어난 연비와 함께 '운전하는 재미를 극대화한 엔 진'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TDI 엔진의 브랜드화

페이톤 TDI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 이어 폭스바겐 코리아는 2006년 5월 파사트 TDI 및 파사트 바리안트 TDI, 제타 TDI 등 3종의 디젤 모델을 다시 한 번 동시 출시했다. 뉴비틀과 컨버터블 차인 이오스를 제외하고는 전 모델에 디젤 라인업을 갖춘 것이다. 이런 디젤 승용차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디젤 엔진=폭스바겐 TDI'라는 이미지를 쌓아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단순히 소음과 진동을 휘발유 엔진 수준으로 개선한 게 아니라 운전하는 재미가 극대화된 엔진이라는 점을 강조해 차별화에 나섰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수동기어를 자동으로 변속시키는 변속기인 듀얼 클러치 변속기 DSG(Direct Shift Gearbox)와 TDI 엔진의 조합으로 스포츠 드라이빙과 경제적인 드라이빙을 모두 만족시키는 선택이라는 점을 알려 나간 게 시장에서 맞아떨어졌다. 그 결과 TDI라는 로고만 봐도 고객들이 디젤엔진임을 인식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폭스바겐의 수입 디젤 시장 점유율은 35%까지 올라갔다. 올 상반기 디젤 수입차 베스트셀러 랭킹에서도 파사트 2.0 TDI(636대)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골프 2.0 TDI가 3위(412대), 페이톤 V6 3.0 TDI가 6위(286대)를 차지, 3개 모델이 모두 '탑 10'에 올랐다.

'연비왕 콘테스트'로 경제성 강조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자, 디젤 승용차에 회의적이던 경쟁 브랜드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2단계 전략으로 TDI 엔진의 높은 연비를 집중 홍보하면서 다시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2000cc급 차량 중 연비 1등급 차량은 폭스바겐 파사트 2.0TDI (15.1km/L)와 골프 2.0 TDI (15.7km/L)라는 점을 강조했다.

TDI 모델을 운행했을 경우 절감할 수 있는 연료비를 발표하고, TDI 연비왕 콘테스트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의 뛰어난 연비 기록이 나오면서 대단한 홍보효과를 얻었다.

유가가 급등하고, 특히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서 디젤 모델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폭스바겐의 TDI는 판매가 오히려 늘었다.

폭스바겐 코리아 방실 부장은 "연비뿐 아니라 가장 까다로운 자동차 규제로 알려진 유로5를 만족시키는 폭스바겐 TDI 엔진의 친환경성이 또 다른 무기"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 모델보다 현저히 적은 신모델을 통해 또 한번 경쟁 브랜드보다 앞서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