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가 완화된다고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 주택 하락세가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이 알려진 22일 일선 부동산 시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한적한 모습이었다. 종부세 완화 대상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이나 양천구, 분당·과천 일부 지역 등의 중개업소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썰렁하기만 했다. 일부 집 주인들이 종부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를 전화로 묻곤 했지만, 집을 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없었다. 경제 전문가들이나 일선 중개업소 사장들 모두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종부세 완화가 시장에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저가 주택 수요가 줄고, '고가 1주택'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저가 주택 전성시대 끝나나
전문가들은 종부세 완화로 인해 고가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종부세 완화조치로 인해 약 18만 가구가 세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8만여 가구가 적어도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9억원을 넘는 주택들 역시 이전보다 세금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가구에 따라 적게는 몇백만 원 많게는 몇천만 원의 부담이 사라지면서 고가 주택 보유 성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수 측면에서도 고가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전망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6억원 이하 주택 수요 일부가 6억원 이상 주택으로 옮겨가는 등 이번 조치로 인해 6억~9억원 주택의 가격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3년 이상 보유, 3년 거주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부담도 대폭 줄어드는 만큼 '1가구 1주택'시대가 정착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고가 1주택'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이로 인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지역의 수요는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는 계속 꽁꽁
전문가들은 종부세 완화가 꽁꽁 얼어붙은 주택 거래 시장에 당장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종부세 대상이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 전체 3930가구 가운데 2280가구(112㎡·공시가격 8억6000만원)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이날 이 아파트를 사겠다는 문의는 거의 없었다. 개포동 우정공인 김상열 사장은 "요즘 사람들이 집을 안 사는 건 종부세 때문이 아니라, 미국 금융 시장 위기, 국내 경기 침체 등으로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K공인 관계자는 "요즘 매수 대기자들 중에는 '이젠 고금리를 무릅쓰고 집을 사도 오른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보유 세금 부담이 준다고 매수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성대 부동산학과 이용만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지배적 흐름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경색 가능성"이라며 "종부세 완화가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경색이 풀리고 몇 년 뒤 국내 경기도 호전되면 종부세 완화 조치는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 "그동안 주택 거래가 중단됐던 데에는 사람들이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 정책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던 영향도 적지 않다"며 "이제 어느 정도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 부동산 경기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