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급변동으로 발생한 기업의 외환 파생상품 손실이 부메랑이 되어 파생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9일 "외환 파생상품으로 인한 기업들의 평가손실이 9월 현재 1조5000억~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대규모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 상태에 빠진 기업이 나오고 있어 그 손실을 은행권이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부도를 내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태산LCD는 하나은행과 14억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피봇(Pivot) 계약을 맺는 등 외환 파생상품 투자로 총 2861억원의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피봇은 키코(KIKO)와 유사한 외환 파생상품으로, 환율이 일정한 구간 내에서 움직이면 투자자(기업)가 이득을 보지만, 환율이 구간 밖을 벗어나면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태산LCD의 경우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980~1030원 사이일 때는 이득이지만, 최근 환율이 115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손실액은 투자한 기업이 물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업이 부도를 맞아 파산했거나,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을 경우 돈을 물어 낼 여력이 없으므로 외환 파생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손실액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중에는 국민·신한·외환·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이 이러한 외환 파생상품을 많이 판매했으며, 일부 은행은 거래 기업이 KIKO로 인한 손실을 메우도록 대출까지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태산LCD 피봇 상품의 경우 현재까지 평가손실이고, 손실이 현실화 되는 것은 2009년 4월 이후"라며 "그때까지 환율이 내리거나, 태산LCD가 성공적으로 기업회생을 하면 손실액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