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달러화대비 1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 강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달러대비 약세를 보였던 엔화는 이같은 흐름을 거스르면서 강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가 타국 경제대비 양호하다는 점이 달러화 가치를 연일 끌어올리고 있지만 미국 또한 신용위기와 경기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해 리스크 회피 면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든 상태다.

이에 더해 미국과 일본 채권간 스프레드 축소와 향후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통해서도 엔화 강세가 점쳐지고 있다.

◇ 美 상대적으로 낫긴 한데 "못미더워"

최근 나타난 달러의 화려한 부활은 거침 없었지만 일종의 한계를 내포한다는 평가도 이미 공존했다.

미국 경제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유럽이나 아시아 등 주변국들의 경제가 워낙 나쁘다보니 상대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엔화도 달러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엔화의 경우 달러대비 항상 열세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리스크 회피 현상이 심해질 경우 엔화는 달러대비 상대적 매력을 여전히 발휘하며, 정반대의 상황도 그렇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8일(현지시간)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에 대한 사상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이후 아시아 통화가 대부분 강세로 돌아선 반면, 엔화는 홀로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위험자산 선호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대비 엔화의 매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최근 달러 강세 속에서 엔화가 그나마 복원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경제적 펀더멘털이 아닌 리스크 회피 강화 때문이라며, 달러강세도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말했다.

신용위기 우려 확대로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사들였던 위험자산을 되팔면서 엔화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료헤이 무라마츠 코메르츠방크 매니저는 "일본 투자자들이 리스크 회피 모드에 들어가면서 엔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엔화는 뭔가 특별하다?..미-일 스프레드 축소 등 시그널도 포착

그러나 단순히 리스크 회피가 엔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스위스프랑의 추이가 이를 잘 말해준다.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엔화와 함께 캐리 트레이드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스위스 프랑은 엔화와 달리 최근 수직낙하를 지속 중이다. 달러화는 올해 스위스프랑대비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앤드류 윌킨슨 인터액티브브로커스 마켓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차이는 엔화가 엔화만의 활력(spirit)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환 투자자들이 엔화의 잠재적 상승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어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투기세력이 (엔화의 하락세를 이끄는데) 실패한다"고 말했다.

향후 달러-엔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로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간 스프레드도 주목되고 있다. 지난 한달간 두 채권간 스프레드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200bp(basis point)까지 좁혀졌는데 이는 94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토루 사사키 JP모간체이스 스트레티지스트는 "스프레드와 달러-엔간의 상관관계를 감안할 때 이는 향후 달러-엔이 하락(엔화가치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도 엔화강세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사사키 애널리스트는 "지난 7월이후 달러-엔과 연방기금 선물간의 상관관계가 깨졌지만 향후 금리인하 기대가 이같은 연계성을 다시 높이고 있다"며 "이 역시 달러-엔 하락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