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소매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5일 미국 최대 증권사 메릴린치를 500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BoA는 메릴린치의 440억 달러 상당의 보통주와 60억 달러에 달하는 옵션 등을 인수하게 된다.

인수 금액은 주당 29달러 수준으로, 메릴린치의 지난 12일 종가인 17.05달러와 비교했을 때 70% 정도 높은 금액이다.

BoA의 케니스 루이스 회장 겸 회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자산 관리와 자본시장 등에서 최고의 회사 중 하나인 메릴린치의 인수가 주주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인해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94년 역사의 메릴린치는 문을 닫게 됐다. 메릴린치의 존 테인 CEO는 올해 초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한국투자공사(KIC) 등의 투자를 유치해 자금을 조달하고 지난달 300억 달러의 부실자산을  론스타펀드에 매각키로 하는 등 부실자산 정리와 자구 노력에 나섰으나 갈수록 심해지는 신용위기에 독자 생존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게 됐다.

BoA는 메릴린치 인수로 인해 신용카드, 오토론 등 소매금융 부분에서 주식 채권 발행, M&A자문 등 투자은행(IB), 자산 운용을 아우르는 초대형 은행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BoA는 리먼브러더스의 유력한 인수자로 지목됐으나 미국 정부가 리먼브러더스의 부실채권에 대한 보증이나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BoA는 12일까지만 해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주말 48시간 동안 메릴린치와 협의를 벌인 끝에 인수를 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죽어가는 리먼브러더스를 놔두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환자를 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정부가 BoA의 메릴린치 인수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