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氷河期)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을 때 지구의 기온이 급상승했다는 사실을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가 밝혀냈다.
이에 따라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안진호 박사와 에드워드 브룩(Brook) 교수 연구진은 '사이언스(Science)'지 12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극에서 가장 최근의 빙하기인 2만년~9만년 전 사이에 만들어진 빙하를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조일 때 북극의 그린란드와 남극이 모두 기온이 급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빙하는 극지방과 해발 4000m 이상 고산지대에 내린 눈이 그 무게로 인해 압축되면서 생긴 것이다. 따라서 아래로 갈수록 나이가 오래된 눈과 공기가 들어 있다. 때문에 빙하 코어 (ice core·빙하 깊은 곳을 시추해 얻은 원통형 얼음덩어리)는 과거 지구의 대기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냉동 타임캡슐'로 불린다. 연구진은 남극빙하에서 빙하 코어를 시추해 그 안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시기별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난 빙하기 때 그린란드에서 수십 년 만에 기온이 섭씨 8~15도 급상승하기 직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있었으며, 남극 기온 역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바다의 심층수와 표층수의 순환에 따라 변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난 빙하기에 그린란드의 기온이 갑자기 높아졌을 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인류에 의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컴퓨터 모델의 타당성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진호 박사는 "기존의 빙하 연구는 10만년 주기의 기후변화와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분석했지만 이번에는 7만년 동안 수천년 주기로 일어난 변화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안 박사는 서울대를 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오리건주립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