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삼·KDI 연구위원

지는 삼겹살, 뜨는 앞다리살〈조선일보 6월 11일자 B1면〉

'쇠고기 파동' 등의 영향으로 삼겹살 가격이 치솟자 돼지 목살, 앞다리살, 뒷다리살 등 그동안 삼겹살에 가려졌던 다른 부위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중략) 이마트 돈육 바이어 정영주 과장은 "아직 AI(조류인플루엔자)나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돼지고기의 수요는 여전히 많다"며 "비싼 삼겹살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목살과 앞다리살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중 일부 발췌)

기사에서 보듯 한동안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닭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예전에 돼지콜레라가 돌 때는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가 '날개 살아난 듯' 팔린 적도 있습니다.

대체재와 보완재

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에게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대체 가능한 선택 대상이 됩니다. 이처럼 A상품 대신 B상품을 소비함으로써 비슷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 두 상품을 서로 대체재라고 합니다. 흔히 A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그 대체재인 B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납니다. 위의 기사에서처럼 삼겹살 값의 상승이 목살이나 앞다리살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것은 이들도 서로 대체재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보완재는 어떤 걸까요. 함께 장을 보러 간 부모님을 졸라 삼겹살을 장바구니에 담자, 어느새 엄마는 상추를 한 다발, 아빠는 소주를 두 병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삼겹살과 상추, 그리고 삼겹살과 소주처럼 두 상품을 함께 소비할 때 만족감이 높아지는 경우에 이들을 보완재라고 합니다.

삼겹살 값이 올라 삼겹살 소비가 줄어들면 상추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상품의 가격 상승은 그 보완재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킵니다. 만약 사람들이 삼겹살에는 흔히 소주를 곁들이지만 통닭에는 주로 맥주를 즐긴다면 통닭과 맥주 역시 보완재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대체재인지 보완재인지 애매할 때도 있죠

그런데 소주와 맥주는 서로 대체재일까요, 아니면 보완재일까요? 소주나 맥주나 모두 비슷한 만족을 주는 술이라고 보면 대체재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주와 맥주는 서로 긴밀한 대체관계가 없는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맥주와 소주는 맛과 도수 등 제품의 성질뿐 아니라 수요계층 및 수요시기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며, 대체성의 정도를 측정해 봐도 동일한 시장에 속한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죠.

공정거래위원회가 왜 이런 것까지 조사했느냐고요? 당시 맥주시장 1위 회사가 소주시장 1위 회사를 인수하면 독과점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죠. 맥주와 소주가 대체성이 매우 높아서 대체재라고 판단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지요.

사실 대체재와 보완재 관계는 두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평균적인 소비 행태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맥주와 소주를 섞은 혼합주(일명 '폭탄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맥주와 소주는 보완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상품 간의 관계를 아는 게 왜 중요하죠?

생맥주 집에서 소금을 많이 뿌린 감자튀김을 서비스로 제공하여 맥주의 매상을 올리는 것은 짭짤한 안주와 맥주가 보완재임을 이용한 것입니다. 또한 프린터 제조 회사는 프린터 본체를 저렴하게 보급하는 대신 프린터 본체의 보완재인 잉크 카트리지나 토너 등 소모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신발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하는 대신 왼쪽 신발만 계속 만들어내다가 경영진이 손을 들자 비로소 오른쪽 신발을 생산하여 완제품을 출하했다고 합니다. 왼쪽과 오른쪽 신발은 완벽한 보완재이므로 한쪽 신발만으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죠.

한편 최근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쇼핑, 온라인 신문, 온라인 수업 등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온라인 영역이 전통적인 오프라인 영역과 대체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전통적인 시각으로 보면 온라인이 흥하면 오프라인이 망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죠.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이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로 보완관계를 이루도록 만든다면 동반성장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상품들 간의 대체성과 보완성은 기업의 전략이나 수요자들의 소비행태 변화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역동적인 개념이랍니다.

[쉽게배우는 경제 tip]

상급재와 하급재

본문에서 보듯 버터와 마가린처럼 두 상품의 용도가 유사해 사람들에게 비슷한 만족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 경우 이들을 대체재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소득이 높을수록 마가린보다는 버터를 소비하려고 한다면, 버터를 상급재, 마가린을 하급재라고 합니다. '꿩 대신 닭'이라는 표현은 꿩과 닭을 대체재로 보되, 꿩이 상급재, 닭이 하급재라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보완재에는 상급재와 하급재의 개념이 적용되진 않죠.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가용의 대체재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나 문고판 책자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 상품이 대중교통 이용의 즐거움을 높여줄 대중교통의 보완재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