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2등으로….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차 시장에 올 6월 12일 데뷔한 기아자동차의 '로체 이노베이션'이 시장의 지각변동을 이끄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중형차 시장은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1강(强)을 차지하고, 르노삼성의 SM5가 1중(中), 로체와 GM대우의 토스카가 2약(弱)을 이루는 구조였다. 그러나 로체는 '이노베이션'을 내놓자마자 2005년 11월 이후 31개월 만에 SM5를 제치며 2위 자리에 올랐다. 지금은 4000여명의 고객이 출고를 기다리는 인기 차종이 됐다. 꼴찌를 2등으로 바꾼 '혁신'의 비밀은 무엇인가?
◆디자인 확 바꾸고, 첨단 장비 대거 채용
기아차 상품개발팀은 2006년 중반 로체 이노베이션 상품 발의에 들어가면서, '성능은 괜찮은데 디자인이 밋밋하고 특징이 없다, 중형차로는 크기도 작다'는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사이즈를 55mm 키워 중형 세단의 당당함이 느껴지도록 했고 뒷면의 볼륨감을 키워 차량 전체적으로 확대된 느낌을 주도록 했다.
지난해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부사장이 로체 이노베이션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디자인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만의 정체성을 지닌 '패밀리룩(family look)'을 강조했고, 로체 이노베이션에 기아차의 첫 패밀리룩을 적용하는 과감한 시도가 이뤄졌다.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의 코와 입을 형상화한 로체 이노베이션 그릴 디자인은 기아차 패밀리룩의 첫 상품화였고, 이번의 성공을 바탕으로 곧 출시되는 포르테에도 적용됐다.
디자인에 대한 호평 외에도 최첨단 사양들을 대거 적용한 것도 적중했다. 특히 국내 차 가운데 최초로 적용한 '에코드라이브 시스템(좋은 연비의 운전 구간을 알려주는 시스템)'은 고(高)유가 시대를 맞아 단연 히트를 쳤다. 상품 개발 당시 이 시스템을 로체 이노베이션에 가장 먼저 선보이는 데 대해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연비 나쁜 차'로 인식되던 중형차 시장에서 효용이 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또 고급 대형차에만 적용되던 버튼 시동 스마트키를 중형차로는 최초로 적용했다. 차 크기에서부터 디자인, 편의장비까지 다양한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연비 문제 파고든 에코드라이브시스템
그러나 마케팅 포인트를 어느 쪽에 두느냐가 고민거리였다. '고품격'과 경제적인 '에코드라이브'는 서로 상충되는 면이 많았던 탓이다. 고급 수영장에서 화려한 와인파티 같은 고품격 행사를 열면 세련되고 날렵한 디자인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에코드라이브 시스템을 강조하다가 자칫 고급스러워야 할 중형차가 싸구려 이미지로 퇴색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경제성'에 우선을 두기로 판단했다. 올 6~7월 말 전국 16개 지역에서 '에코드라이브 콘테스트'를 열었고, 우승자가 19.64 km/L, 참가자 평균 16.3km/L의 높은 연비를 기록하면서, '연비 좋은 차'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혔다.
배기행 판매기획팀 과장은 "다른 콘테스트의 경우 신청자가 1000명 안팎인 게 보통인데, 이번 콘테스트에는 6000명 넘게 신청해 고유가 시대에 각광받고 있는 에코드라이빙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말이냐 추성훈이냐
광고도 '혁신'에 힘을 보탰다. 처음 로체 이노베이션의 브랜드 코드로 검토된 것은 파워풀한 엔진 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명마'였지만, 진부하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접었다. 그 후 국내영업본부 직원들과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거쳐 추성훈 선수를 모델로 결정했다.
유도에서 격투기 선수로, 이후 패션모델, 가수로 자기 혁신을 이뤄온 모습이 로체 이노베이션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주목 받는 광고모델로 이미 다른 자동차 회사의 모델제의까지 받고 있던 추씨는 "국산차 메이커에 등장하겠다"며 로체 이노베이션을 선택했다.
광고카피에서는 '파워가 힘'이라는 메시지보다는 '스타일이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로체의 '혁신'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 광고는 TV 광고 네티즌 의견 조사 사이트인 'TVCF.co.kr'에서 올 6월 둘째 주 주간 2위, 6월 한 달 평균 자동차 광고로는 유일하게 8위를 차지하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