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떼들이 증시로 몰려오고 있다. 돼지고기를 선물(先物)거래하는 돈육(豚肉)선물이 오는 21일부터 증권선물거래소에서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돼지고기는 생산규모와 가격변동성이 커서 거래가 이뤄질 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돈육을 선물거래함으로써 양돈농가·육가공업체 등은 가격변동 위험을 피해 보다 안정적인 거래를 할 수 있게 되고, 일반투자자들은 선물시장에 참여해 차익을 노릴 수 있다.

국내에선 1999년 금 선물시장이 열리긴 했지만 거래가 활발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돈육선물이 본격적인 첫 상품선물시장이 될 거란 예상이다. 하지만 일반투자의 경우 원금손실 우려가 있고, 어려운 선물시장에 돈육농가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등의 문제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불안정한 돈육값을 안정시킬 것

돼지는 왕성한 번식력과 짧은 생장기간(약 6개월) 때문에 값이 쉽게 떨어지고, 반대로 질병·사료가격 상승 등 이유로 금세 값이 치솟는 특징이 있다. 작년 돈육값의 변동성은 27.2%로 증시의 KOSPI200지수 변동성(23.1%)보다도 컸다. 돈육농가는 가격급락에, 소시지 등을 만드는 육가공업체는 가격급등에 늘 떨어야 했다.

하지만 돈육선물이 실시됨으로써 이런 위험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돈육농가는 돈육 선물을 미리 정한 값에 팔아 놓으면 나중에 값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할 수 있고, 육가공업체는 선물을 미리 정한 값에 사 놓으면 현물 값이 더 올라가도 선물거래에서 돈이 남기 때문에 평균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월 돈육값이 ㎏당 4300원 할 때 새끼돼지 12마리 사육을 시작한 농가가 10월 출시 때 가격하락을 우려해 돈육선물을 거래한다고 치자. 이 농가는 선물시장에서 ㎏당 4800원(보통 선물가격은 현물가격보다 높게 형성됨)에 3계약(다 큰 돼지 12마리 분량)을 미리 파는 계약을 한다. 10월이 돼 예상대로 돈육값이 2500원으로 떨어지면, 그때 선물시장에서 형성된 가격(3000원)으로 5월에 판 만큼 되사 이득을 낸다. 현물시장에서도 ㎏당 2500원 가격으로 12마리를 팔아 선물시장에서 난 소득과 더하면, 선물거래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이득이 나는 구조다.〈표 참조

물론 미리 정한 값에 돈육을 팔아버린 농가는 나중에 돼지 값이 더 오를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 또, 미리 정한 값에 돈육을 사 놓은 육가공업체도 나중에 돼지 값이 더 떨어질 경우 괜한 돈을 쓴 셈이 돼 버린다. 그러나 이는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보험금 성격의 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돈육선물은 돼지고기 가격상승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아 물가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도 가능, 원금손실은 유념해야

일반 투자자들은 돼지고기 가격 방향성을 예측해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투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선물회사나 관련은행에서 계좌를 만든 뒤 집에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을 이용해 거래할 수 있다. 다른 점이라면 만기 때 반대매매(매입했던 선물은 팔고, 매도했던 선물은 되사 청산하는 것)를 해야 한다는 점 정도다.

선물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자는 선물을 산 뒤 선물가격이 오르면 팔아 이익을 챙기면 되고, 반대로 선물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선물을 판 뒤 나중에 선물가격이 하락하면 되사서 이익을 챙기면 된다. 거래대금의 20% 정도만으로 매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현물을 거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선물가격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는 투자원금 대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