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동안 포스코가 개발해 발표한 신기술 중에는 '세계 최고' 또는 '세계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보기 힘들던 현상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일본 등 선진 철강사에게 기술을 배우고 따라가는 캐치업(catch-up) 전략을 써왔지만, 이젠 독자적인 기술로 고유의 철강제품을 생산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은 "과거 포스코는 같은 철강재를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젠 비싸게 팔 수 있는 고부가가치제품과 고급강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넥스·스트립캐스팅… 독자 개발
포스코는 2006년 기존 자동차강판에 비해 강도가 훨씬 높으면서 가공하기도 좋은 고망간강철(TWIP)를 티센크루프·아르셀로 등 경쟁사에 앞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TWIP강을 사용하면 기존에 비해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충돌 안전도는 비슷한 고급 차량의 제조가 가능해진다. 연료 효율도 당연히 높아진다.
지난해에는 고로에 넣기에 앞서 사전에 철광석과 석탄을 굽는 코크스 공정을 생략할 수 있는 신제철법 파이넥스(FINEX)를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기존 고로제철법의 1~3%로 줄인 친환경 제철법이다. 파이넥스는 당장 해외 제철소 건설에 응용될 수 있어 해외 유수의 철강회사들이 포스코에 제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2015년까지는 해외에 팔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제철소 등에 이 제철법을 적용해 확실히 앞서 나간 뒤에 전 세계적인 보급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올해는 쇳물에서 곧바로 두께 2~3㎜의 얇은 강판을 뽑아내는 스트립캐스팅 공법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로에서 나온 쇳물은 '슬래브(slab)'라는 이름의 두껍고 길쭉한 철판으로 만든 뒤 이를 여러 단계에 걸쳐 계속 눌러가며 얇게 만든다. 스트립캐스팅 공법은 이런 기존 공법에 비해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같은 강판을 제조할 경우 비용이 30% 가량 절감된다.
■포스텍·RIST·기술연구소 삼각 분업 체제
포스코의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은 3600억원 규모이다. 재계 6위권(자산 규모 기준)의 회사 치고는 R&D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예산 규모가 적어서가 아니라 포스코의 연구개발 체계가 포스텍(포항공대)과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코기술연구소로 연결되는 다층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선행 연구는 연구중심 대학인 포스텍이 맡는다. RIST는 강 구조와 신소재 등 응용 부문 연구가 주력이고, 구체적인 제품 개발은 포스코기술연구소가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초의 철강전문 교육·연구기관인 포스텍 철강대학원이 더해진다.
포스코의 자체 연구 인력은 760명 정도이지만, 이 같은 외부 기초·응용 연구기관의 철강 분야 연구 인력을 합치면 전체 연구 인력 규모는 1700명 가량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는 파이넥스추진반 같은 현장 연구조직은 제외한 숫자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특허등록 건수도 5706건에 이르고 있다. 연평균 1141건이 넘는 수치이다.
■'블루오션기술' 개발 총력
포스코 R&D 전략의 핵심은 역시 고부가가치의 고급 제품 개발이다. 이 분야에서 포스코는 아르셀로미탈, 신일본제철, 티센크루프 같은 선진 철강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포스코는 2000년대 들어 8대 전략 제품 개발을 추진해 이미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 하나인 API강재는 극지나 사막 같은 가혹한 기후 환경에서도 강철의 팽창과 수축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원유 송유관 등으로 활용된다. 중국이 2000년대 초반 서부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동부로 수송하는 '서기동수(西氣東輸)' 사업을 추진할 때도 포스코가 API강재로 만든 파이프를 공급했다.
차세대 후판으로 불리는 TMCP(온라인 가속 열처리 후판)는 기존 후판보다 두께가 얇으면서도 강도는 높아 선박의 무게를 줄이면서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제품으로 국내 조선업계에 공급되고 있다. 이외에 고가의 니켈 대신 크롬을 넣어 내식성과 가공성을 높인 400계 스테인리스, 황산에도 부식되지 않아 석유 플랜트 등에 사용되는 고급 열연재 등도 이미 상용화됐다.
포스코는 8대 전략 제품에 이어 '블루오션 기술(blue ocean technology)'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건식 도금을 통해 강판에 셀프 클리닝이나 흠집 방지 기능 등을 부가할 수 있는 표면처리 기술, 전력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고급 전기강판, 부식에 강해 담수발전시설 등에 사용되는 슈퍼 스테인리스 등이 개발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