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9시 10분쯤. 개장한 지 몇 분이 안 돼 코스피 지수가 30포인트가 넘게 빠지면서 1700선이 무너졌다. 지난 3월 중순 1570에서 출발, 지난달 19일 장 중 1900을 넘겼던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날 주가는 다행히도 개인 투자자들의 저가(低價) 매수세로 조금씩 하락폭을 만회, 1715.59로 간신히 1700선을 지켜냈다. 최근 주가는 한 달여 만에 2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으로 주가가 1650선 전후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상황이 나쁠 경우 154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표 참조〉 증권 전문가들이 최근 비관론으로 돌아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은 '3대 악재'를 주목하고 있다.

악재 1:다시 불거진 글로벌 신용위기

지난 19일(현지시각) 신용평가사 무디스미국 1·2위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 MBIA·암박의 최고신용등급(AAA)을 박탈하면서 신용위기론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이들이 담보해준 채권의 신용등급도 모두 하락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은행들의 부실이 더 늘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지난 3월처럼 자금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6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5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에 36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1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던 23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의 주식 전광판. 이날 주가는 오후 들어 반등해 1715.59로 마감했지만 미국의 신용위기, 고유가, 중국 긴축 등 악재가 남아 증권가에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악재2:급등하는 국제유가

국제 유가도 증권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위협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2일 하루에 원유를 20만 배럴 증산하겠다고 결정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지난 2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135.36달러로 거래를 마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결정이 나온 뒤 23일 오전 장외거래에서 0.8% 하락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다시 급반등했다. 고유가 사태에 따른 세계적 소비·투자 침체는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악재3:중국 긴축과 세계 동시다발 외환위기 조짐

중국증시는 지난 주 두 차례나 2800선이 무너졌다. 지난 19일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2748.87을 기록하며 작년 2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에너지가격 인상이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심화시키고 정부의 긴축정책으로까지 연결돼 앞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 수출량 중 중국 비중이 27%를 차지하는 한국으로선 중국의 경기둔화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한 베트남·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들도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지원설이 나돌 정도로 경제상황이 안 좋다.

고유가 피할 종목에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고유가 폭탄을 피할 수 있는 업종이면서 환율상승의 수혜를 받고, 수출루트가 다변화 돼 있는 IT·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IT업종은 고유가와 영향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중국이 향후 내수경기부양에 돌입하면 가전수요가 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센터장은 "음식료품 등 필수소비재 업종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