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여섯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직접 운전해 몇 날에 걸쳐 가는 미국 횡단. 한번쯤 꿈꾸지만 선뜻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횡단은 각 주의 다양한 모습, 광활한 자연을 한 눈에 경험해볼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얼마 전 동부 뉴욕에서 서부 캘리포니아로 이동할 기회가 생겼다. 지금아니면 언제 해보겠는가? 카우보이 모자만 없었지 마음은 소떼를 몰고 광활한 미국 대륙을 횡단하던 카우보이들의 마음을 꿈꾸고 있었다.
■횡단 경로는 지역·계절 따라 달라
미국을 동서로 이어주는 주요 고속 도로는 90번(메사추세츠주 보스턴~워싱턴주 시애틀), 80번(뉴저지주 티넥크~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40번(노스캐롤라이나주-캘리포니아주 남부), 10번(플로리다주-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등이 있다. 어느 도로를 이용하느냐는 것은 출발지와 도착지에 따라 다른데, 찬 바람이 부는 시기에는 산맥을 지나는 도로가 얼 수 있으므로 피하는게 좋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40번, 10번과 같은 남쪽 도로를 이용한다. 이번에는 5월 말에 이동했기 때문에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최단 거리인 80번을 선택하였다. 최단 거리라고 해도 2800마일(4480㎞). 서울~부산 거리의 10배가 넘는다.
이번 여행에서는 하루 주행 거리를 최대 560마일(약 900㎞)로 잡고, 시카고에 머무는 1일을 더해 전체 5박6일의 일정으로 계획했다.
■꼼꼼한 사전 준비는 필수
먼저 자동차를 둘러보자. 엔진오일 교체를 비롯해 브레이크 마모도나 윤활유 레벨을 확인한다. 타이어 마모 상태와 공기압도 적정한 상태인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앞 유리창을 닦아주는 워셔액도 충분한지 체크하자. 도로를 오래 달리다 보면 차에 부딪힌 벌레의 흔적이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 American Automotive Association)는 1902년 설립된 미국 내 자동차 운전자들의 연합 단체로, 장거리 자동차 여행 시에는 가입하는 것이 좋다. 비영리단체로 연회비 50불을 내면 기본 회원으로 가입된다. 회원에게는 추가 비용 없이 대형 호텔 및 모텔 체인점의 숙박료 할인, 여행 중 자동차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가장 가까운 AAA가맹점을 통한 견인 서비스, 여행지역 책자 및 미국 전역 지도 등을 제공한다.
■서부로, 서부로!
첫날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뉴욕 주와 별 차이 없는 풍경이 계속 이어지더니, 인디애나 주에 들어서면서 미국 곡창 지대로 들어왔음을 실감했다. 미국에선 무료 고속도로가 많은데, 80번 도로 역시 시카고 주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료다. 화장실 음식점 주유소 등을 갖춘 한국식 휴게소는 대부분 유료도로에서 볼 수 있는 반면, 무료도로에서는 화장실과 자판기, 그리고 도시락 등을 먹을 수 있는 벤치가 갖춰진 'REST AREA'가 곳곳에 위치해 있다. 또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을 갖춘 길 가의 주유소를 이용해도 된다.
그러나 미국 친구들은 동부에서 중서부로 갈수록 주유소나 'REST AREA'의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름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반드시 채우고 그 때마다 화장실을 미리 들르라고 충고해줬다.
둘째 날은 시카고에서 하루 머물고, 셋째 날부터 여정을 재개했다. 셋째 날은 일리노이~아이오와~네브래스카주를 잇는 길이다. 도로 위에 다양한 캠핑카들이 눈길을 잡는다. 장거리 여행에선 잠자리가 중요하다. 너무 저렴한 숙소는 피하는 게 좋다. 치안이 안 좋거나 불결한 곳, 시설이 열악한 곳에서 머물면 장거리 운전의 피로가 가중될 수 있다.
넷째 날은 네브래스카~와이오밍주를 달렸다. '자동차 천국' 미국의 도로답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운전 내내 감탄했다. 하루 8시간씩 운전하면 많이 피곤할 법도 한데, 길이 거의 직선이고 잘 닦여 있어 피로함을 덜 느꼈다.
와이오밍주에 들어서자 광활한 대자연이 눈 앞에 드러났다. 와이오밍주의 'REST AREA'는 대부분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것이 미국의 자연이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섯째 날, 와이오밍~유타~네바다주를 잇는 길이다. 유타주를 달리던 중 그레이트 솔트레이크 사막을 만났다. 지루한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REST AREA'를 반드시 들러 보는 게 좋다. 여기가 바로 '보네빌 솔트 플랫(Bonneville Salt Flats)'이라는 곳으로, 수천만 톤의 소금이 깔려 있는 사막이다. 스피드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1년에 한번 스피드 경주를 벌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날인 여섯째 날, 네바다~캘리포니아주를 달리게 되었다. 대륙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매일 아침 하루 동안 달릴 길의 날씨를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미국의 일기예보는 상당히 정확하므로, 이에 맞춰 경로를 수정하고 복장을 맞춰주는 것이 좋다. 이번 횡단에서는 네브래스카주에 도착했을 때, 허리케인 경보가 발효돼 매우 놀랐었다. 또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노란 신호등이 반짝이면, AM라디오에서 해당 지역의 도로사정과 기상 등을 확인해야 한다.
마침내 4800여㎞의 여정을 끝마치고 캘리포니아주로 들어섰다.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단 수많은 차량 행렬과 뜨거운 햇살이 이곳이 캘리포니아라는 것을 말해줬다. 기름값도 갤런당 4달러 중반(L당 1200원대)을 웃돌아, 여행 중 들렀던 주유소 가운데 가장 비쌌다.
아름다운 타호(Tahoe) 호수 옆을 지나 햇볕이 화창한 새크라멘토, 와인의 산지인 나파(Napa) 근처를 지나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금문교와 베이 브릿지(Bay bridge)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마침내 미 대륙 횡단의 꿈을 이룬 것이다.
>>이 밖에도 무엇을 준비할까?
숙소: 구글맵이나 지도를 통해 당일 도착지점의 도시를 파악한 후, 미국 온라인 전문 여행사인 엑스페디아(www.expedia.com), 프라이스라인(www.priceline.com)에서 해당 도시의 숙박업소를 확인한다. 원하는 값을 적어내 낙찰 받는 서비스를 통해 저렴하게 예약할 수도 있다. 또 홀리데이인 메리어트 같은 호텔체인의 자체 사이트에서 저렴한 숙박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조식 제공 등 서비스 내역도 확인해본다.
디지털 장비: 미국 전역에서 같은 채널로 들을 수 있는 위성 라디오(XM 라디오), MP3 플레이어, 카메라, 충전기, 노트북 등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여정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음식: 고속도로 주변의 음식점은 맥도널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아이스박스에 물· 음료수를 넣어가고, 간식거리도 준비해야 한다. 즉석 밥·요리·국이 크게 도움이 된다. 숙소에 따라 취사 여부가 다르므로 숙소 선정 시 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복장: 지역마다 기온이 다르기 때문에 긴 소매의 점퍼를 챙기자. 더불어 햇살을 피할 수 있게 모자를 착용하고 선글라스를 쓰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