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라즈베리 개미(crazy rasberry ants)라고 불리는 신종 개미들이 미국 텍사스 해안과 휴스턴 일대에 대거 출몰하면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지난주 말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을 비롯 텍사스 일대에 일명 적갈색의 '미친 개미', 혹은 '미친 라스베리 개미'라 불리는 개미가 수십억 마리씩 무리를 지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통적인 개미 피해 대상인 건물뿐만 아니라 '전자 장비'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재경보기, 가스계량기, 가정용 컴퓨터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이 개미에게 그대로 노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친개미 출몰 현장

◆얼마나 피해가 크길래…NASA까지 고민 중

미친 라즈베리 개미로 알려져 있는 이 개미는 전자 제품을 특히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crazy’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rasberry’는 이 개미 박멸을 위해 노력했던 톰 라즈베리(Tom Rasberry)의 이름을 본 따 붙였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왜 ‘전자제품’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불개미 파라트레키나(Paratrechina) 유사 종으로 알려진 이 개미는 지난 2002년 텍사스에서 발견된 후 약 6년 만에 텍사스 해안을 비롯해 5곳 지역으로 확산됐다. 과학자들은 이 개미가 휴스턴 항공 화물을 통해 옮겨온 후 확산된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이동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개미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줄 지어 이동하는 일반 개미들과 달리) 어디든지 떼로 몰려 다닌다”며 “너무나 많고, 무척 빨리 누비고 다녀 정말 ‘미친’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미친개미 출몰 장소를 구글 맵으로 도식화 한 자료

곤충학을 연구하는 로저 골드(Roger Gold) 텍사스 A&M 대학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알려진 천적이 없고, 여왕개미를 한꺼번에 여러 마리 거느리고 있어 퇴치가 쉽지 않다.

관계자는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여러 종류의 라즈베리 개미들이 동물의 눈과 숨구멍 등에 기어들어가는 등 가축을 집중 공격해 닭이 질식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휴스턴의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와 하비 공항 등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아직 명시적인 피해가 보고된 바 없지만, 정밀한 전자 장비를 대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