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그룹 오너가(家) 지분이 5세들에게 증여되고 있다.

두산가는 3세 형제들(박용성·박용현·박용만)이 최고위층을 형성하고, 지난해 말과 올 초 '집안 승진 잔치'를 통해 4세들이 최고경영진에 속속 합류하는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지분이 대부분 미성년자인 5세로 이동하고 있는 것.

최근 두산 3세의 맏형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각각 손자·손녀에게 ㈜두산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의 두 남매 등 손자·손녀 6명에게 보통주 1만주를, 박용성 회장은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의 두 딸 등 4명의 손녀에게 693주(우선주 포함)를 증여했다. 박정원 부회장 아들(14)의 경우, 할아버지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두산 지분이 1만1417주(19억8000만원·16일 종가 기준)로 늘어났다. 또 박용성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건설 주식 4250주를 모두 손녀들에게 넘겨줬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오너 5세 5명이 ㈜두산 주식 5664주를 받았다. 2006년까지 5세들은 ㈜두산 지분이 없었다. 하지만 외손자를 포함한 5세(13명)들은 작년부터 주식을 받기 시작해 5월까지 모두 6만5565주(우선주 포함)를 증여받았다. 16일 종가 기준으로 약 10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두산은 '형제의 난'이 발생하고, 비자금 조성 문제가 불거진 이후 두산그룹이 2006년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에 따라 올해 안에 지주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두산은 지주회사 체제 이후 그룹 지배 구조에서 핵심이 되는 회사로, 대주주들이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5세의 지분 인수와 관련, 두산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대주주의 일원으로, 책임 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인 김선웅 변호사는 "주식의 대물림을 염두에 두고 조금씩 지분을 넘기는 수순"이라며 "형제의 난 이후 회사를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던 두산의 오너들이 M&A(인수·합병)로 사세가 커지면서 가족의 경영 참여를 늘리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투명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두산 오너 4세의 지분 정리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제 5세로의 지분 이동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