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자들에게 있어 2005년 11월22일은 기억하기도 싫은 `끔찍한` 날이다. 이날은 황우석 박사팀이 연구에 사용하는 난자를 매매했다는 의혹이 최초 보도된 날로, 이날 이후 여러 언론은 황우석 박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결국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검찰 조사를 거쳐 황우석 박사가 연구 성과를 위조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황우석 지지자들은 크게 실망했고,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구국의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추락했다.
황우석 박사는 왜 실패한 것일까. 황우석 박사가 실패한 원인을 제대로 조명해봐야만 비슷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황우석 사태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줄기세포 연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두차례에 걸쳐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황우석 박사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잘못된 `지원 체계` 때문이다. 여기에 그릇된 명예욕과 전문성이 `결여된` 검증 시스템이 합쳐져 황우석 사태가 터졌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황 박사가 실패한 원인으로 또 하나를 꼽곤 한다. 바로 한국의 `성과주의`다. 지원금을 받으면 바로 결과물을 내놔야하는 풍토가 황우석 박사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는 설명이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한 바이오기업의 대표이사는 "정부가 조금이라도 지원금을 주면 그때부터 온갖 생색은 다 낸다"며 "이에 대한 압박감으로 뭐라든 내놔야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황우석 박사 역시 비슷했다.
그는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240억원 등 총 287억원의 돈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민간에서 모집한 자금까지 합치면 384억원. 절대로 적은 금액이 아니다. 황우석 박사가 이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을 것은 자명하다.
◇보조금 지급 체계 바뀌어야
일단 보조금 지급 체계를 바꿔야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보조금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선발하는 평가위원들이 기업 및 개발자를 평가해 지급된다. 그런데 이 평가위원들을 선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복지부 및 식약청과 `연`이 닿아있는 사람들이 평가위원으로 선발된다"며 "당연히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보다는 정치적인 사람이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줄기세포 연구자에게 보조금이 지급된다면, 줄기세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보조금 규모를 결정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이게 잘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조금이 지급되는 객관적인 척도를 마련하고, 공신력 있는 학회가 보조금 규모를 결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차라리 공신력이 있는 학회에 일임하는 게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며 "학회의 구성원들은 거의 다 대학교수이기 때문에 서로 견제가 가능하고 사적 관계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또한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면, 연구자들이 보다 `당당하게` 지원금을 받고 연구에 임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이와 동시에 연구자를 믿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우석 박사가 수십억원을 횡령했다고 하지만, 어디에 쓰인 돈인지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했을 뿐이다. 횡령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면 그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 지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믿어준다"며 "우리나라 역시 연구자를 믿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의 `망령`에서 벗어나라"
사실 황우석 박사는 일개(?) 개인일 뿐이다. 황우석 박사가 한때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를 대변하는 인물이었다지만 그가 한국 줄기세포 연구의 전부일 순 없다.
황우석 박사가 연구했던 배아줄기세포는 현재 답보상태를 걷고 있지만, 성체줄기세포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도 한국이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 성형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분야에 성체 줄기세포 기술을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대표자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이젠 황우석 망령에서 벗어나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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