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키아가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서 휴대전화 분야의 최강자(最强者) 자리를 놓고 '진검 승부'에 돌입했다. 유럽과 인도·브라질·중국 같은 신흥 시장이 세계 1위 노키아의 텃밭인 반면, 연간 판매 규모만 1억8000만대에 이르는 세계 최대 미국 시장은 모토로라가 우위를 보여온 곳. 그러나 최근 모토로라가 세계 2위에서 3위로 추락하면서, 휴대전화 시장이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주(無主) 공산' 미국 시장, 삼성의 약진

최근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화두는 모토로라의 몰락이다. 수 년째 이어지던 노키아→모토로라→삼성의 순위가 지난해 노키아→삼성→모토로라로 뒤바뀐 뒤, 최근에는 3위마저 불안한 상태.

특히 모토로라의 몰락이 두드러지는 지역은 미국 시장. IT 조사분석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모토로라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37.7%에서 4분기 32.5%로 떨어졌다. 지난해 6000만대였던 판매량은 올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시장의 1위가 모토로라에서 삼성전자로 바뀔 것"이라고 보도했다. 1분기 16%선이던 삼성전자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4분기 20%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고기능·고가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시장에서는 다양한 가격의 제품을 통신 사업자 입맛에 맞춰 대량 납품하는 전략을 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국 최대 사업자인 AT&T를 통해 선보인 '블랙잭'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만 100만대 넘게 팔렸다. 또 버라이즌을 통해 선보인 '주크' T-모바일을 통해 선보인 '비트' 등도 히트를 치고 있다.

미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좌우하는 삼성전자·노키아가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략폰으로 출시한 소울폰(SGH-U900).

◆'와신상담' 반격 노리는 노키아

반면 휴대전화 업계 1위 노키아는 비상이 걸렸다. 노키아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독자적인 물류·유통체계를 확립해 세계 각지에 '적절한 가격에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 전략은 노키아를 거의 세계 모든 시장에서 1위로 만들었다.

하지만 유일한 예외가 미국시장이다. 미국시장은 통신사업자의 입김이 매우 강하고, 노키아가 기술적으로 취약한 CDMA 방식 사용자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노키아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6년만 해도 20% 안팎이었지만, 최근에는 SA 집계 결과 10%를 밑돌고 있다. 이렇게 되자 노키아는 세계 1위의 자존심까지 접고 미국시장 전략에서 '삼성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다.

단적으로 노키아는 최근 AT&T와 버라이즌이 원하는 맞춤형 휴대전화를 개발하기 위해 300명의 제품 개발자를 배치하는가 하면, 영업담당자를 AT&T 등 통신사업체 본사로 분산 배치시켰다. 지난해에는 AT&T의 요구에 따라 자사 휴대전화 버튼 배치를 정하는 노키아답지 않은 '굴욕'까지 감수했다.

◆신(新) 라이벌 시대 개막

삼성전자도 노키아의 도전에 맞불을 놓고 있다. 1~2개 고가 전략폰을 1년 내내 밀어붙이던 기존 전략 대신, 올해부터 6개 부문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해 마케팅에 나서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나스카 자동차 경주 후원 등 미국 소비자의 눈에 들기 위한 현지화 마케팅도 강화할 방침이다.

닐 모스톤 SA 연구원은 "미국시장은 현재 주요 지역 중 1위를 하지 못하고 있는 노키아의 유일한 문제 지역"이라며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포화 시점에 도달할수록 노키아는 절대 미국시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