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에서 마케팅이 시작되는 시대다. 후각을 사로잡는 다양한 '향(香) 마케팅'은 화장품에서 전자제품까지 점점 영역을 넓혀 가는 추세다. 세계적 조향사가 개발한 목욕용품, 술 냄새를 뺀 술, 원두향을 살린 캔커피 등 향기를 앞세운 제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유니레버 도브에서 최근 출시한 '고 후레쉬' 목욕세제는 은은하면서도 오랜 시간 지속되는 자연성분의 '향'을 강조한 제품이다. 이런 향을 만들기 위해 캘빈클라인, 크리스찬 디올, 마크제이콥스 등 세계적 브랜드의 향수를 만들어 온 조향사 앤 고틀립(Gottlieb)이 참여했다.
유니레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목욕세제를 고를 때,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감안해, 세계적인 조향사와 함께 작업했다"고 밝혔다. 뉴트로지나는 최근 로즈마리, 그린티 향이 첨가된 클렌징 오일을 출시했다. 클렌저 제품은 대부분 향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로마 향을 함유한 클렌저 출시 역시 이색적이다.
◆좋은 향은 더하고, 싫은 향은 빼고
향 마케팅은 식품업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후각은 미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최근 두산 주류에서는 웰빙 트렌드를 반영해 알코올 향을 제거한 '청하'를 새롭게 내놓았다. 디아지오코리아는 그린애플, 오렌지, 라즈베리 등 과일향이 첨가된 보드카 '스미노프 플레이버' 시리즈를 선보였다.
멕시엄코리아도 지난해 11월 서양배 향의 '앱솔루트 페어'를 출시한 데 이어, 레몬과 라임 향의 '앱솔루트 시트론', 바닐라와 초콜릿 향의 '앱솔루트 바닐리아', 감귤 향의 '앱솔루트 맨드린', 복숭아 향의 '앱솔루트 어피치' 등 4종류의 시리즈를 추가로 선보였다. 오비맥주도 2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최근 천연 레몬과즙이 첨가된 '카스레몬'을 선보였다.
남양유업에서는 최근 '원두커피에 관한 4가지 진실'이라는, 원두의 향기가 강한 캔커피를 출시했다. 제조공정을 외부와 철저히 차단해 원두의 향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남양유업 측은 "향이 깊고 진한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영역을 넓혀가는 '향 마케팅'
향기 마케팅을 활용하는 분야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IT기술예측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는 인터넷을 통해 냄새까지 전달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장미 향기를 함께 보낼 수 있는 '휴대전화 향기 전송기술'이 개발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소니는 여성고객을 공략하기 위하여 향기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회사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향을 개발, 현재 미국 내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소비자들에게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삼성체험관에 독특한 향을 뿌리고 있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 블루밍데일은 유아의류 코너에 베이비 파우더 향, 속옷 매장에 라일락 향, 수영복 매장에 코코넛 향이 나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식품매장 베이커리 코너를 넓게 개방해 먼 곳에서 빵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한 것도 향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한국인들이 다른 민족보다 유독 향기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매장 고유의 커피 향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매장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고, 향이 강한 먹을거리를 팔지 않는 것도 모두 향기 관리를 위해서다.
영화관 CGV 역시 전국 상영관에 편백나무향을 이용한 '산림공조 시스템'을 운영, 밀폐된 공간에서도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음향기기 메이커인 인켈은 매장에 은은한 과수원 향이 나도록 해 매출증대는 물론 매장의 품격을 높였다.
향기가 나는 인쇄물은 인쇄업에 새로운 유행을 불어넣었다. 작가 이외수씨는 책에 향기서표를 끼워 판매했고, 가수 이소라는 6집 앨범 재킷에 특유의 향을 처리했다. 향이 나는 달력, 향기 명함, 향기 나는 벽지 등 후각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