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전자제품의 성패는 성능에서 갈렸지만, 성능이 비슷비슷해진 요즘은 디자인이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요소가 됐어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김진(金珍·48·사진) 상무는 최근 3년간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LG 휴대폰의 변화와 성공을 주도한 숨은 공로자다.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 등 널리 알려진 LG전자의 베스트셀러 휴대폰들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김 상무는 2002년 MC(휴대폰) 디자인 연구소장을 맡은 직후, 그때까지 나온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휴대폰 디자인 개발에 착수했다. 겉으로 튀어나온 버튼을 꾹꾹 누르는 방식의 기존 휴대폰 키패드는 기능성은 뛰어나지만 디자인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평소에는 숨어있다가 휴대폰을 쓸 때에만 키패드가 나타나는 디자인을 개발해 초콜릿폰에 적용했더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내친김에 모든 버튼을 화면 속에 집어넣고 사용자가 화면을 건드려 작동하도록 디자인한 것이 프라다폰에 적용한 '터치스크린' 방식입니다."
휴대폰 재질에도 변화를 줘, 겉면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한 샤인폰 디자인을 제안했다.
디자인 혁신은 실적향상으로 이어졌다. 2005년 11월에 나온 초콜릿폰은 지금까지 1800만대, 2006년 10월 출시한 샤인폰은 700만대가 팔렸다. 프라다폰은 88만원의 고가(高價)에도 불구, 1년여 만에 80만대가 판매됐다. LG전자는 올 1분기(1~3월)에 총 244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 소니에릭슨(2200만대)을 제치고, 세계 휴대폰업계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랐다.
김 상무는 홍익대 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1983년 LG전자에 입사, 올해로 25년째 전자제품 디자인 한 우물을 파 왔다. 휴대용 미니카세트 '아하프리', 명함처럼 얇은 휴대폰 '아이북(i-book)' 등을 기획,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며, '히트 상품 제조기'로 불렸다. 2001년엔 부장진급 1년 만에 승진, LG전자의 첫 여성 임원이 됐다.
김 상무는 "요즘 디자이너는 단순히 제품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의 반응을 미리 그려볼 줄 아는 창조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