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에서 시작해 공기청정기·비데로, 가스오븐레인지를 기점으로 식기세척기·복합오븐으로…. 특정 전문영역의 핵심 제품에서 역량을 쌓고 이를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기업이 높은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대표 김종립)는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179개 산업군의 브랜드를 평가한 '2008 한국산업의 브랜드 파워(K-BPI)'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K-BPI는 소비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내 주요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각 브랜드가 갖고 있는 영향력을 파악해 지수화한 것으로, KMAC가 1999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발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소비재(남성정장·농산물·식용유 등 75개 품목), 내구재(대형TV·소형승용차·음식물처리기 등 42개 품목), 서비스업(자동차보험·3G영상통화·아파트 등 62개 품목) 등 크게 세 부문의 산업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등 6개 광역시에 사는 만 15~59세 남녀 가운데 무작위로 추출한 1만1332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전문영역을 개척해 No.1이 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도 새로운 가전제품을 출시하면 곧바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게 된다. 이 같은 특정전문영역의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새로 탄생하는 시장에서 확보해 나가는 기업들이 이번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동양매직은 가스오븐레인지, 린나이는 가스레인지 같은 핵심제품에 대한 역량을 키우고, 이를 통해 공기청정기·비데(웅진코웨이), 식기세척기(동양매직), 음식물처리기(린나이) 등으로 확장해 나갔다. KMAC는 "기업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비전을 세우고, 이 비전을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전문영역을 창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재 부문에서도 샘표는 간장을 중심으로, 대상 청정원은 고추장·된장을 중심으로 장류 전문기업이 됐다. 훼밀리마트나 한화리조트 역시 고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점, 레저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전문영역에서 브랜드 파워를 키웠다.
◆시장 초기를 잡아라
강력한 1등 브랜드도 시장 초기에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처음엔 미세했던 차이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브랜드 파워에서 큰 격차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조사에서도 초기 시장에서 대대적인 역량을 결집해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초 아파트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될 때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워 고객 가치를 차별화했던 래미안은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시장이 형성된 3G영상통화 부문에서 KTF의 'SHOW'와 SK텔레콤의 'T라이브'가 광고시장을 흔들 만큼 막대한 규모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들이며 자존심 경쟁을 벌였다.
◆다시 주목받는 장수 No.1 브랜드
KMAC는 시장 주도 브랜드 자리를 유지하다가도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게을리해 시장 지위를 잃은 브랜드라도 여전히 시장을 이끄는 파워브랜드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은 성공적인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통해 아이스크림 1등 자리를 탈환했고, 여성기초화장품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꾸준한 고객 로열티 관리로 해외브랜드와 자사의 다른 브랜드를 누르고 다시 1위가 됐다. 태평양제약의 케토톱 역시 2002년 경쟁브랜드에 1위 자리를 잠시 내줬지만 활발한 브랜드 활동으로 1위 자리를 탈환한 후 올해까지 6연패하고 있다.
KMAC는 "제품의 속성에 충실하지 않은 브랜드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지만 오늘날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비교적 비슷한 기술수준을 가지고 있다"며, "브랜드의 비전을 점검하고 브랜드 가치가 모든 브랜드 활동에서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