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샵(THEFACESHOP)이 국내 화장품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창사 2년 만인 2005년에 매출 1501억원을 달성, 단숨에 국내 화장품업계 3위에 올랐다. 2006년에는 창사 3년 만에 영업이익 300억원을 돌파했으며, 2007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2월 현재 국내에서 570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전국 주요 핵심상권에 포진한 로드숍(가두점)을 시작으로 대형 할인점, 백화점, 지하철 상권, 면세점 등에 고르게 포진돼 있다. 신생 업체지만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2월 현재 19개국에 17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에만 5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 도미니카공화국, 요르단, 일본, 중국 등에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부의 찬사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는 2005년 11월 14일자 커버스토리 '아시아의 급성장 기업들'에서 더페이스샵을 비중 있게 다뤘다. 2006년 2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저가 화장품의 전성기'라는 기사에서 더페이스샵을 소개했다. 그해 3월에는 영국잡지 이코노미스트 연구보고서가, 4월에는 파이낸셜타임스가 각각 더페이스샵 성공 스토리를 다뤘다.

이 모두가 2003년 12월 서울 명동에 1호점을 오픈한 지 4년 남짓한 기간에 이룬 일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이 출현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더페이스샵은 미샤라는 중저가 화장품의 선두주자에 이어 등장한 후발주자라는 불리함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상위권 업체로 발돋움해 주목 받고 있다. 더페이스샵의 고속성장 비결을 알아봤다.

유통혁명
생산~소비자까지 기존 5~6단계를 3단계로

더페이스샵은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5~6단계를 거쳤던 기존의 화장품 유통구조를 3단계로 줄였다. 더페이스샵과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ODM(제조업자개발생산방식) 관계인 화장품 제조업체는 제품을 생산하면 더페이스샵 제품만 취급하는 매장(브랜드숍)으로 제품을 바로 보낸다. 그만큼 중간마진이 줄어들어 소비자와 기업이 서로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더페이스샵이 공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더페이스샵 본사는 생산은 아웃소싱하는 대신 연구 개발만 담당한다.

여러 회사 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화장품 가게에서는 더페이스샵 제품을 구입할 수 없다. 이 회사는 브랜드숍 매장만 개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숍은 이 회사가 처음 채택한 전략은 아니지만 더페이스샵 덕분에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브랜드숍 매장을 로드숍과 백화점, 대형 할인점, 지하철 상권, 면세점 등 요소요소에 배치해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 더페이스샵 본사는 가맹점을 직영점에 가깝게 밀착관리해 본사와 점주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영업체계를 구축했다.

내추럴 스토리(Natural Story)
꽃·식물·과일… 제품·용기·매장 인테리어에 자연을

더페이스샵은 초기부터 시종일관 '자연주의'를 메인 컨셉트로 채택했다. 단순히 우리 제품은 싸다고만 하는 것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컨셉트를 소비자에게 제시한다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꽃과 곡물, 식물, 과일, 천연수, 한방 등 다양한 자연 원료를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했다. '내추럴 스토리(Natural Story)'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용기 디자인부터 디스플레이, 마케팅, 영업전략 모두를 자연주의 컨셉트에 맞춰 전개했다. 특히 용기 디자인은 2007년부터 글로벌 디자인업체로부터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 중에는 더페이스샵의 세련된 용기와 매장 디스플레이에 끌려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적지 않다. 김미연 더페이스샵 홍보팀장은 "처음에는 매장에 느티나무를 심어 친환경주의를 강조했으며 2006년에 매장 인테리어를 바꿔 나무 대신 우드 오브제를 활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가격 대비 높은 품질
자체 기술연구소 … 까다로운 일본 후생성 검사도 통과

화장품도 상품이다. 다른 게 아무리 좋아도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렵다. 더페이스샵은 출범 초기부터 한국콜마 등 세계적으로 품질을 공인 받은 국내 OEM업체에서 대량 생산함으로써 가격 대비 높은 품질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써보니 좋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 번 구매한 고객이 다시 제품을 사는 비율이 높아졌다. 2005년 12월에는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R&D(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은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후생노동성의 성분검사를 통과하는 결실을 낳았고 해외진출에서도 호평 받는 계기가 됐다. 더페이스샵 기술연구소는 2월 현재 40여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8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글로벌 네트워킹
프랑스·이탈리아 업체와 기술제휴하고 완제품 수입 전략

송기룡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2007년부터 글로벌 브레인 네트워킹을 활용한 머천다이징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 화장품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과 기술제휴를 맺어 제품의 특정 성분이나 기술을 공동 개발하거나 제조부터 생산까지를 모두 현지에서 완료해 제품을 수입하는 전략이다.

2007년 상반기에 일본의 화산재와 콩비지, 온천수를 활용한 '제이스 오리진 마스크팩' 3종을 일본에서 개발, 국내외 매장에서 판매했다. 2007년 하반기에는 이러한 전략이 빛을 발했다. 가을 주력제품인 보습 기초라인 '아르쌩뜨 에코-테라피 익스트림-모이스처'를 프랑스 AMI사와 제휴해 개발했으며, 프랑스 유기농협회의 '에코-서트(Eco-Cert)' 인증을 받은 성분을 적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향수 '오드람므' 2종은 저명한 프랑스 조향사들이 더페이스샵의 컨셉트에 맞춰 조향했으며 용기 디자인, 생산까지 모두 현지에서 완료해 직수입했다.

차별화된 마케팅
권상우 내세워 한류 마케팅…자연미인 선발대회도

더페이스샵은 출범 이듬해인 2004년부터 남성 톱스타인 권상우를 모델로 기용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류스타로 떠오른 권상우를 내세워 한류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아시아권에서 매장을 확장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

2006년 아시아 4개국에서 '권상우 프로모션 투어'를 개최해 현지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2007년에는 최고의 자연미인을 뽑는 '내추럴뷰티선발대회 2007'을 개최했으며 야생초 가치 재발견 캠페인을 전개했다. 2008년에는 '세이브 네이처(Save Nature)'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웰빙 트렌드
"품질만 좋으면 사겠다" 달라진 소비패턴도 한몫

더페이스샵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배경에는 세계적 웰빙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달라진 소비패턴이 한몫을 했다. 더페이스샵이 표방하는 '자연주의'는 웰빙과 딱 맞아떨어진다. 또 국내외 소비자들은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가격소비'가 아닌 '가치소비' 형태로 소비패턴을 바꿨다. 예전에는 무조건 비싼 제품만 찾았으나 이제는 가격이 비싸지 않더라도 품질이 좋으면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품목을 갖추고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것도 매출 증대에 기여했다. 더페이스샵은 매장에서 1000여가지 품목을 갖추고 있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과 보디제품, 헤어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가격대는 1000원부터 2만4900원까지 걸쳐 있으며 전체 품목 대비 평균단가는 4000~5000원 선이다.

업계에서는 더페이스샵의 고속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송기룡 사장은 "매년 15~20%의 성장을 이뤄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업체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송기룡 사장 "우리 경쟁자는 샤넬 같은 글로벌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2006년 12월 마케팅 전문가인 송기룡 사장을 영입,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송 사장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미국 페어리디킨스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으며 30년간 삼성에서 글로벌 경영전략을 활발하게 펼쳐온 전문경영인이다. 삼성전자 미주법인장과 삼성코닝 마이크로옵틱스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2004년부터 2006년 11월까지는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인 엠케이전자 사장을 지냈다.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송 사장은 화장품과는 무관한 IT(정보기술) 계통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런 그가 화장품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로 변신한 것은 그의 역량을 눈여겨본 금융 관계자들이 더페이스샵의 창업자 정운호 회장에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화장품 교육부터 받았다. 그러자 문외한이 잘해낼 수 있을까 하고 주위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송 사장은 취임 후 뛰어난 실적으로 그것이 기우(杞憂)였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전자회사와 화장품회사는 업종의 본질은 다르지만 경영의 원리는 같다"며 "다른 점만 파악하면 되기 때문에 적응이 빨랐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업무 파악이 끝나자마자 조직과 인사시스템부터 손댔다.

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8단계였던 직급을 4단계(사원→매니저→팀장→임원)로 단순화하고 철저히 능력에 따라 보상해줬다. 교육도 대폭 강화해 모든 직원은 1년에 다섯 번 이상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신생 기업에 부족한 관리시스템도 대폭 정비했다. 비전과 경영이념도 만들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7월부터 컨설팅회사와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시스템 정비의 가시적인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력에서 '글로벌'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글로벌 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가 좁은 국내 시장만 보고 있었으면 글로벌 기업이 됐겠습니까? 전세계 화장품시장에서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밖에 안 돼요." 그는 "효과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월마트 등 매스 머천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중가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중국시장은 중고가 전략을 펼치며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중국시장은 브랜드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샤넬이나 우리나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 나름입니다." 올해 중국에 매장 40개를 열어 총 50개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의 개인적인 성향을 보면 '준비된 화장품 CEO'의 면모가 엿보인다. 그는 삼성전자 시절에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자주 명품 매장을 방문했다. 고객 접대를 위해 향수 선택도 세심하게 했다고 한다. 그는 "왜 한국에는 전자와 자동차 등에는 글로벌 기업이 있는데 화장품 등 패션산업에는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화수분(異花受粉·cross-pollinate)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종 업종은 물론 다른 업종 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원활하고 사회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인은 패션감각이 뛰어나 고부가가치 업종인 화장품 산업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며 "더페이스샵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Weekly chosun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