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34·서울 노원구)씨는 지난해 10월 은행 통장에 있던 여윳돈 2000만원을 중국펀드에 투자해 15%가량 원금손실을 보자, 지난달 중순 펀드를 환매해 5%대 확정이자를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갈아탔다. 박씨는 "비록 펀드에서 손실을 봤지만, 증시 급등락에도 마음은 편해졌다"고 했다. 글로벌 증시가 불안하자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채권형펀드 등 안정형 금융상품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주식 투자를 잠시 쉬거나 다른 금융상품으로 옮겨 타려는 고객들의 자금이 대부분이다.

◆MMF·CMA 초단기 상품 인기

초단기금융상품인 MMF에는 올들어 9조8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작년 12월 5조90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팀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불안하고 MMF수익률이 최근 시중 금리 하락으로 작년 말보다 0.2%포인트 안팎으로 오르자, 금융기관 및 법인들이 뭉칫돈을 집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MMF수익률은 현재 연 5~5.5% 수준이다.

하루만 맡겨도 연 5%대의 수익률을 주는 CMA 가입도 급증했다. 동양종금증권 CMA 계좌는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14만4650계좌가 늘었다. 하루 평균 5600여개 계좌가 신설된 셈이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작년 10월 말 이후 20개 증권사 CMA계좌는 모두 91만5166개 늘었고, 잔고도 1조4000억원 불었다. 은행권 정기예금은 만기를 채워야 이자를 챙길 수 있지만 CMA는 하루만 맡겨도 고금리를 준다는 장점이 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확정금리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대우증권은 7일 만에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연 7%의 RP(1년 만기)와 분리과세 채권(2년 만기)을 각각 1000억원과 700억원어치 판매한 데 이어 최근 RP 300억원어치를 추가로 판매 중이다.

◆단기 채권형펀드 수익률 호전

단기 채권형펀드(가입 6개월 이후부터 수수료 없이 환매 가능)에도 올 들어서는 2조97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작년 한 해 3조5000억원이 넘게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12월 11일 6.11%까지 급등했던 채권금리(국고채3년물 기준)가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하 강풍에 힘입어 5%대 초반까지 급락(채권 가격은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 더 많은 수익을 내는,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하는 단기 채권형펀드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연초 이후 채권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1.96%를 기록, 연환산 수익률이 18%에 이른다. SH자산운용의 'Tops국공채채권 1'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3.15%에 이른다.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가 연초 이후 각각 마이너스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할 때 우수한 성적이다.

KB자산운용 강진원 채권운용1팀장은 "국내도 한두 차례 콜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채권 금리 하락이 좀 더 이어지고, 주식시장 불안으로 채권 수요가 늘어나는 반사 작용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관망 자금 늘 듯

주식형 펀드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펀드런(대량 펀드환매)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둔화되는 추세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1월 말까지 국내외 주식형펀드에 유입된 신규 자금(펀드 결산에 따른 재투자분 제외)은 2조2025억원으로 작년 11월 6조원, 12월 3조4000억원보다 둔화됐다. 특히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20%를 웃도는 중국펀드에서는 1월 한 달간 29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장성욱 블리스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작년 하반기 은행 통장에서 펀드로 갈아탄 고객들의 경우 주가가 조금만 반등하면 환매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와 미국 경기 침체 파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감 때문에 MMF나 예금으로 갈아타 주식시장을 관망하는 자금이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