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화려한 항해를 지속하던 조선주가 침몰하고 있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미포조선이 하한가를 기록했고, 한진중공업(-14.4%), STX조선(-12.3%), 현대중공업(-10.4%), 삼성중공업(-10.4%)이 동반 폭락세를 보였다. 전일 뉴욕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이날 조선주의 폭락세는 코스피지수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8.85포인트(-2.98%) 급락한 1589.06으로 마감, 작년 5월 15일(1589.37) 이후 8개월여 만에 1600선을 밑돌았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서 다른 아시아 증시도 내리막을 걸었다. 이날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외국계증권사들의 조선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데다 국내 기관들의 '손절매(로스컷·손해를 보고서라도 주식을 팔아 추가손실을 막는 것)' 물량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조선주 주가는 최근 3일 연속 폭락세를 보이며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10월말 대비 거의 반토막난 상태다. 현대미포조선·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주가는 석 달 만에 각각 57%, 53%, 43%씩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3% 빠진 것보다 배 이상 급락한 것이다.
◆외국계증권사, 조선주 '주의보'
'중국주'인 조선주의 최근 급락세는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 관련 산업지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외국계증권사들의 부정적인 보고서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날 매쿼리증권은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상회'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도 현 주가수준 아래로 제시했다. 매쿼리증권이 제시한 현대중공업 목표주가는 23만원, 현대미포조선 15만원, 대우조선 2만7000원, 삼성중공업 1만9000원이다.
UBS증권도 지난 29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 조선업계 신규 주문 물량이 2007년 2월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며 "작년에는 수주잔량이 사상 최대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선주 주가의 동력인 수주 흐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선업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주 급락세를 보이면서 벌크선 중고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중국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돼 수주량이 줄 것이란 우려다. 우리투자증권은 "세계 금융시장의 부실이 확대되면서 유럽의 선박금융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SG은행의 부실 우려 등으로 유럽 선주들의 타격이 예상돼 조선업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물 악순환되나… "과매도됐다" 지적도
지금까지 조선주 하락이 주로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들의 매도 때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물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기관들은 통상 주가가 매입단가보다 평균 20% 안팎으로 빠지면 주식을 파는 손절매 규정을 갖고 있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조선주를 대거 편입해놓은 기관들의 손절매 물량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또다시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며 "매물 압박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금리 인하로 미국 증시가 안정세를 되찾고, 외국인 매도 압력이 점차 완화되면 주가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3개월 동안 선가(선박가격)도 오르고, 수주량도 꾸준하며 4분기 조선업체 이익도 개선되는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나빠진 것이 없는데, 수급(需給) 때문에 과매도됐다"며 "시간을 두고 주가가 바닥을 다지겠지만, 절대 주가 측면에서는 싼 것이 틀림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