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마침내 중국으로 번진 뒤 아시아와 유럽 증시에 '도미노 폭락' 사태를 일으켰다.

부시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에 이어,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0.75%포인트 전격 인하, 폭락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번져나가고 있는 금융불안을 치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예상됐으나, 인하 폭은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수치(0.5~0.75%포인트) 중 최대치로 결정됐다. 그만큼 FRB가 강력한 사태수습 의지를 보인 셈이나, 시장 반응은 일단 시큰둥했다. 금리인하 직후 열린 뉴욕 증시가 3% 이상 하락한 급락세로 출발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고, 유럽 증시도 크게 반등하진 않았다.

미국 당국으로선 경기부양과 금리인하라는 쓸 수 있는 두 가지 카드를 모두 꺼내든 셈이나, 글로벌 증시에 확산된 불안심리를 완전히 수습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22일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지수(옛 종합주가지수)는 4.43% 폭락했으며, 증권선물거래소가 폭락 분위기를 식히기 위해 5분간 사이드카(파생상품 관련 주문을 중단시키는 것)를 발동하기도 했다. 일본(-5.7%), 대만(-6.5%), 중국(-7.2%), 홍콩(-8.7%) 등 아시아 증시도 모두 폭락했다.

◆진원지는 미국과 중국

세계 증시에 폭락사태를 일으킨 진원지는 두 곳이었다. 한 곳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해 경기후퇴 조짐이 역력해진 미국이고, 다른 한 곳은 미국발 충격에 휘청거린 중국이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부시 대통령이 1450억달러(약 150조원) 상당의 세금 경감책을 발표한 이후 "이런 수준의 경기부양책으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거세지며 다우지수가 4일 연속해서 급락세를 이어갔다.

또 21일에는 프랑스의 BNP파리바증권이 중국 3위 은행인 중국은행(BOC)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손실이 당초 예상치의 10배를 넘는 48억달러(약 4조5000억원·작년 4분기~올해)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중국과 홍콩 증시가 각각 5% 폭락했다.

충격파는 그 후 유럽으로 건너갔다. 유럽연합(EU) 15개국 재무장관들은 21일 대책회의를 열고 EU의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2.2%)보다 낮은 1.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유럽 각국 증시가 5~8% 폭락했었다.

◆부실 파악 안돼 두려움 확산

이날 미국의 긴급 금리 인하 조치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이번 중국은행의 손실에 세계 증시가 충격을 받은 이유 역시 서브프라임 부실이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사실로 증명됐기 때문이었다.

사태 발발 11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의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는 피해 규모를 2000억~3000억달러로 추정하는 반면, 도이치은행은 3000억~4000억달러, 베어스턴스는 1500억~2500억달러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숨겨진 부실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정확한 부실 규모를 알지 못하는 것은 '파생상품'이라는 첨단 금융기법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가지고 여러 종류의 파생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팔았고, 또 각국 금융회사들이 이 파생상품을 가지고 또 다른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이렇다 보니 최종적으로 전 세계 어디에 부실이 박혀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조왕하 부회장은 "상당수 투자자는 자신이 서브프라임에 투자한 사실조차 모른 채 피해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FRB의 긴급 금리인하 조치는 이미 전 세계 금융계가 기정사실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부 증권 전문가들은 ▲미국 투자은행들의 CEO들이 교체되면서 전임자들이 만들어놓은 부실을 최대한으로 털어내고 있고 ▲미국 제조업체들의 실적은 아직 추락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다가 하반기쯤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sub-prime mortgage)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이거나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뜻함. 2001년 이후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 규모는 1조4000억달러(2006년 말 기준) 규모로 급증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주택경기가 둔화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 연체율이 급증, 작년 2월부터 모기지업체 파산, 대형 투자은행 부실이 본격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