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시작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다급해진 미국 정부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1500억달러 규모의 감세(減稅)를 골자로 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날 미국 증시는 오히려 주가가 소폭 하락하는 등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최근의 미국 경제 침체 양상은 닷컴 기업과 일부 주식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던 2000년 IT버블 붕괴 때와 달리, 광범위한 중산층과 서민층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가격 하락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이번 침체국면을 서둘러 수습하지 못할 경우 그 충격이 IT버블 붕괴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미국 경제가 가라앉을 경우 최대 대미(對美) 수출국인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고, 한국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기여도가 70%에 달하는 수출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 걸린 미국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발표되자마자 사실상 약발이 떨어졌다. 대규모 세금환급을 통해 소비와 기업투자를 활성화시켜 경기를 띄우겠다는 내용이었지만 그 정도로는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는 역부족이란 반응이 많다.

경기 부양책 발표 당일 미국 다우지수는 59.91포인트(0.49%) 하락했고, 영국(-0.01%) 독일(-1.34%), 프랑스(-1.25%) 등 유럽 지역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월가의 포트피트캐피탈 그룹 관계자는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실망스런 수준"이라며 "기관 투자가들은 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에 대한 한계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대규모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 정부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의 감세나 재정투입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美경기침체, 언제까지 가나

미국 경제의 침체 조짐은 작년 2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지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5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미국은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것으로 인해 대출이자 부담 급증을 견디지 못한 파산자들이 속출하면서 '금융회사 부실채권 급증→집값 및 주가 급락→소비 침체'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저금리로 불어난 통화가 주택가격 급등을 일으켰고,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경기침체와, 글로벌 IB(투자은행)들과 채권보증회사의 부실 등 금융시스템 불안을 동시에 초래한 것이다.

미국의 10대 도시 집값(2007년 10월 기준)은 전년 대비 6.7%나 하락했고, 개인소득은 작년 10월, 11월 중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반면 작년말 실업률은 5%대로 치솟아 소비 침체의 가속화를 예견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전체 경제 성장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가계 소비를 살리지 못할 경우 미국의 경기침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 서브프라임모기지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 악재 중첩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과 같은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의 경기 침체 여파로 중국 경제마저 흔들 경우 이중(二重)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수출의 성장률 기여도가 36%(2006년 기준)에 달해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이 흔들리면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침체 여파로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8~9%대(2007년 GDP성장률 11.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원은 "미국 소비시장 침체의 파장이 중국 등으로 번질 경우 한국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원화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새해 한국 경제에 악재가 중첩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