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정숙성이 중요할까요, 성능이 중요할까요? 정숙성·성능이 함께 뛰어나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한정된 예산으로 만들어내는 대중차는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판매 대수가 가장 많은 중형 세단을 살펴보죠. 공회전 상태의 정숙성은 현대차 쏘나타, 르노삼성 SM5, 기아차 로체, GM대우 토스카 모두 평균 이상입니다.

그런데 중·고속으로 몰아보면 차종마다 차이가 느껴집니다. 중형 세단 중 판매가 가장 많은 쏘나타와 SM5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SM5는 올 7월부터 엔진을 구형 SR2 엔진에서 신형 M4R 엔진으로 교체하면서 엔진을 차체에 고정하는 방식(마운팅·mounting)으로 바꿨습니다. 한국·일본식의 정숙성 위주에서 유럽식의 성능 위주로 전환한 것입니다. 엔진을 차체에 좀 더 단단히 붙들어 맨 덕분에 엔진 반응이나 가속감은 좋아졌지만 공회전 시 진동은 구형보다 약간 커졌습니다. 그러나 가속 시 느낌이 경쾌하고, 주행 중 가·감속 반응도 민첩하기 때문에 흠이라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11월 출시된 쏘나타는 공회전 시나 저속에서 정숙성이 동급 최고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속으로 갈수록 소음·진동이 심해진다는 겁니다. 특히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아 엔진 회전수를 5000rpm 이상 올리면 부밍(booming·'웅~'하는 소리)이 귀에 거슬립니다. 또 시속 150km 이상으로 주행할 때 엔진 회전음이 고르지 못한 경향도 있습니다.

쏘나타에 장착된 2�급 쎄타엔진은 원래 고속 회전 시 소음·진동을 잡아주는 '밸런스샤프트모듈(BSM)'을 넣도록 설계됐지만 이번 부분 변경 모델에선 이를 삭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2.4 모델에는 BSM이 그대로 들어갑니다.

물론 BSM을 빼면 그만큼 엔진 부하가 줄어들어 출력·연비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도 최고 출력을 기존 엔진보다 19마력이나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부품 단가가 10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데도 도움을 줬을 것입니다.

중·고속 시 엔진 소음 상승이 무조건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토크·출력이 향상되고 연비도 좋아졌으니 현대차로서는 절묘한 타협을 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