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http://www.naver.com)'가 뉴스 검색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내건 비장의 카드는 '뉴스 아웃링크'이었다. 즉 독자가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한 이후, 나타나 결과 웹 페이지(SERP)의 링크 값을 모두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콘텐츠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언론사'와 상생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었다.

약 1년이 지난 지금 현재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지형도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네이버의 희망대로 포털과 언론사와 ‘상생의 모델’이 발전하고 있는가 아니면 뉴스 시장은 더욱 왜곡되고 있는가.

◆네이버, 2006년 12월 1일 아웃링크 실시 겸 언론사 직접 편집 박스 제공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검색을 통해 제공되는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넘겨주는 '뉴스 아웃링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21일에는 추가 개편을 통해 언론사들이 자사 뉴스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직접 편집할 수 있는 공간인 '언론사별 뉴스박스'를 초기 화면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언론사 웹사이트의 방문객이 증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통계 수치에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인터넷 시장조사기관들은 “네이버 뉴스 페이지뷰(PV, 얼마나 많은 페이지를 열람했는가를 측정하는 단위)가 감소하고, 언론사 웹 사이트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는 자료를 앞 다투어 내놨다.

리서치 기관 메트릭스는 지난 1월 자료에서 “12월 네이버 뉴스의 페이지뷰는 11월과 비교하여 10.8%  감소한 30억 2256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며 “네이버 뉴스는 방문자수가 전월 대비 1.2%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웃링크’로 인해 페이지뷰는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전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 역시 지난 1월 자료에서 “네이버의 아웃링크 실시 한 달 동안 주요 언론사 사이트의 주간별 순방문자(UV) 트래픽은 뚜렷한 증가세였다”며 “특히 머니투데이나 아이뉴스24 등 주요 인터넷 매체들의 트래픽이 20~30% 이상 갑자기 늘었다”고 지적했다.

아웃링크의 수혜를 받는 종목들은 주로 인터넷 속보를 주로 다루거나 속보를 작성하는 매체들이다. 또한 경제 및 IT(정보기술) 등 전문성을 가진 매체들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경쟁력 있는 연예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들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2월부터 시작된 네이버 아웃링크 이후 약 1년 동안 전체 점유율이나 일평균 방문자수 면에서 대부분 언론사들이 최소 50%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특히 경제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들은 트래픽(인터넷 데이터량)이나 방문객 수가 기록적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이 네이버 아웃링크 영향이라고 무조건 단언할 수 없지만,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1년간 언론사 부문별 일일 반문자수 변화

◆다음-파란닷컴 등도 아웃링크 시작

국내 최대 포털의 움직임은 경쟁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음도 지난 5월 22일부터 아웃링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아직 높지 않다. 네이버를 제외한 경쟁사들의 검색 시장점유율이 워낙 낮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구입해 자사의 트래픽으로 흡수하는 정책은 계속 유지하고 있어 방문객이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 갈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엠파스(네이트) 역시 아웃링크를 검토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현재까지 아웃링크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다. 지난달 16일에는 파란닷컴이 웹 문서 수집 기술인 ‘웹크롤링(web crawling)’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입하지 않는 언론사 홈페이지의 뉴스검색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 워낙 검색 수요가 저조해 영향력을 논할 수준이 못 되는 형편이다.

구글코리아도 꾸준히 뉴스 검색 서비스를 아웃링크로 제공하고 있지만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국내 시장 점유율로 영향을 주기에는 갈 길이 멀다.

▲지난 1년간 네이버뉴스 및 주요 신문사 홈페이지 일일 방문자 변화

◆언론사, ‘아웃링크’에 열광(熱狂)했으나 ‘어뷰징’에 공멸(共滅)

당초 기대와 달리 언론사 웹사이트의 페이지뷰(PV) 증가는 일부 인터넷매체를 제외할 경우 ‘허수’로 결론 났다.  아웃링크 된 뉴스기사가 게재된 해당 페이지뷰만 급격하게 늘어났을 뿐, 이용자들은 다시 네이버로 돌아가 다른 기사 검색 및 뉴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웃링크를 통해 언론사들이 포털에 더 종속적이 되는 현상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 포털들이 콘텐츠를 복제한 뒤 자체 뉴스 서비스로 재가공하는 ‘콘텐츠 장사’를 계속하는 한 아웃링크 논의는 유명무실하고,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패턴은 더욱 더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코리안클릭 최근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아웃링크 서비스 시행 이후 1년 동안 주요 대형 언론사 사이트의 월 순방문객 수(UV)는 200~300만 가량 급증하며 평균 5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네이버 뉴스 방문객수도 160만 이상 상승하며 7%나 늘어나는 등 아웃링크로 인한 네이버 뉴스의 영향력 감소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종합일간지들의 월평균 재방문일수가 3.2일에서 2.6일로 줄었다는 시장조사기관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회성 방문자 수만 늘어 언론사 웹사이트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뉴스 아웃링크로 인한 ‘네이버 트래픽 감소’라는 외부의 표피적인 평가는 실제 속사정과 크게 다르다. 언론사 웹사이트 전체 방문자 규모는 늘어났지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방문하는 ‘충성도’ 확보에는 결국 실패한 셈이다.

아웃링크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들은 ‘뉴스 어뷰징(abusing)’ 효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어뷰징이란 검색 상단 노출을 노리고 ‘함량 미달’의 콘텐츠를 임의로 밀어 넣는 행위다. ‘깜도 안 되는’ 글짓기 기사가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뉴스 검색 영역에 홍수를 이뤘다. 같은 기사를 여러 차례 송고하고, 기사의 주요 문구만 바꿔 끊임없이 재전송하는 사례가 폭주했다. 결국 어뷰징을 자주하거나 많이 하는 언론사 웹 사이트가 언론사들의 인터넷 랭킹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등장하고 있다.

소모전으로 몰아넣은 네이버도, 소모전을 자처한 언론사도 인터넷 뉴스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비켜갈 수 없었다. 네이버는 최근 보낸 기사를 뉴스 검색의 최상단에 노출시키면서 첫 페이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유도했고, 언론사들은 한 가지 기사를 여러 차례 송고하거나, 일부만 살짝 고쳐 재송고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뉴스 품질이 크게 저하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네티즌들에게 돌아갔다.

일부에서는 ‘클릭 도둑질’ ‘검색어 장사’라며 검색 어뷰징 현상을 성토하는 여론도 부상했다. 시사평론가 정관용씨는 지난 7월 네이버 이용자위원회 칼럼에서 “어뷰징은 자기 언론사의 클릭수를 한번이라도 더 늘리려는 도둑질, 그 도둑질에 기초해 광고판매를 늘려 보려는 명백한 사기행각”이라며 “이게 도둑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 더 이상 언론사이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래 네이버는 “시간 순으로 배열되고 있는 검색 결과에서 벗어나 특종이나 단독보도를 중심으로 원문이 주목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네이버나 언론사 모두 명확한 대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새로운 뉴스검색, 어뷰징 2차 대전 점화

지난 15일에는 네이버가 '네이버 뉴스 서비스(http://news.naver.com)'와는 별도로 통합검색 내 '네이버 뉴스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에 네이버가 선보인 뉴스 검색은 네이버 뉴스 서비스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검색 아웃링크 서비스다.

그 동안 네이버는 정식으로 뉴스를 사 들인 언론사 콘텐츠를 대상으로 뉴스 검색 서비스를 아웃링크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네이버가 뉴스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양자 제휴를 통해 네이버 검색 결과(http://search.naver.com) 중 '뉴스' 부분에 아웃링크로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뉴스 검색 제휴를 맺은 언론사는 뉴데일리, 뉴스핌, 뷰스앤뉴스, 서울파이낸스, 이투데이, 프리존뉴스, CNB뉴스 등 신생 매체가 대부분이다. 네이버 검색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문화관광부 등록되어 있고, 발행 1년 이상, 인터넷뉴스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매체 등이 기준이다. 이들 언론사들의 규모나 방문객 수를 고려해 볼 때 인터넷의 양적인 성장은 예고된 상태다.

네이버는 자료에서 “보다 많은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에 반영하면 네이버 검색 이용자는 보다 많은 최신 기사 정보들을 접할 수 있어 검색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웃링크 검색의 확대가 네이버 검색 영향력의 확대로 연결된다는 기본 원리를 날카롭게 파고 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장하는 네이버는 “만약 언론사들의 어뷰징 경쟁이 더 격화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사실 네이버는 현재 최신 기사 순으로 배열되는 뉴스 검색의 알고리즘을 손 대지 않은 채 아웃링크를 확대하면, 기사 콘텐츠의 질은 더 나빠지고, 이 결과 독자들이 느끼는 검색만족도는 더 떨어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알고 있다.

결국 네이버의 땜질처방식의 아웃링크 확대는 '아웃링크 확대->언론사로의 트래픽 증가->언론사 양질 콘텐츠 투자 증가->언론사 인터넷 매출 급증 및 콘텐츠 질 향상->포털과 언론사와의 상생 모델 확립'의 선순환 구조보다는 아웃링크 확대-> 낚시 콘텐츠 증가-> 언론사의 트래픽 질 저하-> 네이버로의 종속 심화의 악순환 구조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