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이 다소 호전됐다. 증권가에서는 올 초부터 2분기를 바닥으로 상장사들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었으나, 올 들어 불거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고유가, 환율 하락 등 대외 악재를 고려해 보면 생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다. 기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장사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물건값으로 받은 돈 중 영업이익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 8.3%를 기록, 작년 3분기(7.7%) 및 2분기(7.9%)보다 호전됐다.

특히 조선·해운·기계 등 소위 '굴뚝산업'들의 실적 호조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중국 관련 수혜 기업으로 분류돼 주가 역시 급등세를 보여 왔다. 다만, 미국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4분기에도 기업실적이 호전세를 이어갈지엔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 관련 업종은 여전히 강세

조선업종 중 조선업 호황으로 현대중공업의 순이익이 4347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보다 106.34% 증가했고, STX조선은 순이익이 작년 3분기 34억원에서 올해 3분기 687억원으로 1942% 폭증했다. 해운업종에서는 한진해운이 세계 원자재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순이익이 245.89% 급증했고, 기계업종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순이익이 70.98% 증가했다.

포스코는 중국의 철강 수요에 힘입어 3분기까지 전년동기보다 28% 늘어난 2조966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3분기 순이익만 떼어놓고 보면 2분기보다 21.7% 감소했다.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데다 고유가로 인한 운송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IT 부진 속에 일부 업체 선방

IT(정보기술)업종은 대체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LG필립스LCD의 선전이 단연 눈에 띄었다. LG필립스LCD 순이익은 중국의 LCD TV 시장 확대와 PC수요 확대에 힘입어 작년 3분기 적자에서 올해 흑자전환했다. 순이익 규모도 2분기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전자도 D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매출 16조6806억원을 기록, 사상 최초로 16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전년동기와 전 분기 대비 각각 11.7%와 126.86% 증가했다. 메모리 부문의 실적은 저조했지만, 휴대전화와 LCD 등 반도체 이외 사업부문의 실적 강세 덕분이다.

반면 삼성SDI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103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고, 한국전기초자 역시 적자가 지속됐다.

◆LG그룹은 부활, 은행은 비실비실

10대 그룹 중 LG그룹 실적 호전이 돋보였다. LG전자·LG화학·LG필립스LCD 등 '삼두마차'의 실적 호전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857%나 급증했다. LG화학은 올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올 3분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지만 기아차가 적자전환해, 그룹 전체 순이익 증가율이 10대 그룹 평균(44%)을 밑돌았다.

12월 결산 9개 금융업체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11조6279억원과 1조4414억원으로 각각 18.9%와 19.6%씩 늘었다. 은행들의 자금조달 부담 증가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했지만, 증시가 호조를 보이며 증권투자에서 수익을 내 실적 부진을 면했다. 국민은행의 3분기 영업이익은 8849억원으로 2분기보다 6.5% 감소했다.

◆벤처기업 실적 악화 지속

반면 코스닥기업들은 벤처기업 중심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됐다. 전체 코스닥상장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34%와 21.18%씩 감소했다. 이 중 벤처기업(303개)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5.59%와 39.88%씩 급감해 실적 부진을 주도했다. 순이익 흑자규모는 LG텔레콤이 가장 컸고, 미디어플렉스·NHN·아시아나항공 순이었다.

◆안심 못할 4분기

이상구 현대증권 산업분석부장은 "추석이 작년 10월에서 올해 9월로 옮겨져 3분기 조업일수가 다소 늘어난 효과가 있고, 주식시장 호황으로 계열사들의 지분평가이익이나 주식 보유 평가액이 늘면서 상장사들의 이익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유가급등·환율 하락 등은 4~5개월 지나면서 실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4분기부터 조금씩 실적 악화로 나타날 것"이라며 "3분기 대비 큰 폭의 이익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