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증시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전자가 증권가에 손을 내밀었다. 주요 매체 증권부장을 상대로 간담회 형식의 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자산운용업계 대표적인 인물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 공개 면담을 요청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애널리스트나 투자자, 산업담당 기자를 상대로 나름의 IR을 진행해왔지만, 이처럼 증권가에 가까이 다가선 적은 없었다.

삼성전자(005930) IR을 진두지휘하는 주우식 부사장은 30일 증권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박현주 회장을 만나려고 신청을 해놨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파격적인 행보는 지난해부터 부각되고 있는 실적부진과 이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주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증시에서는 갈수록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를 왕따시키는 분위기마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성장성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적어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앞 뒤 따지지 않고 편입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는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이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50만원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상대적인 주가는 더 심각하다. 다른 업종 대표주인 포스코, 현대중공업, SK에너지 등이 승승장구하며 증시내 비중을 확대하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부진을 지속하며 코스피내 비중이 10% 이상에서 7%대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로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터다.특히 올들어 실적이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증시내 왕따 분위기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주우식 부사장의 이날 간담회 내용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우식 부사장은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순이익 흐름 대비 낙폭과대로 저평가 상태가 심하다"고 말했다. 또 "2012년 매출 150조, 이익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나아가 "이익의 30~5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쓰겠다"며 투자자를 의식한 발표도 곁들였다.

특히 주 부사장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 면담을 신청한 사실을 밝혔다. 주 부사장의 말대로 `미래에셋이 삼성전자 기관투자가중 5~6대 주주`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설득중 주요하고 상징적인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중 주식형펀드 규모에서 절대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미래에셋 펀드는 적지 않은 주요 대기업의 적지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증권을 10% 이상 보유한 주요주주로 부상하는 등 삼성그룹에도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주우식 부사장이 박현주 회장과 만나면 어떤 얘기를 나눌까.

이와 관련 최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계열사 주요주주로 올라선 미래에셋이 삼성그룹에 "내년 사업계획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주주로서 사업계획을 점검하겠다는 것. 삼성그룹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요구라 당혹해 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그룹 회장에게서 설명을 듣겠다"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분이 실제가 아니더라도 미래에셋과 삼성의 위상변화를 엿볼 수 있는 얘기라는 평가다.

주 부사장과 박 회장이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향후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설득 또는 조언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미래에셋이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에 대해 그동안의 `중립`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전환하면서 삼성전자 등 기업들에게 상당한 시그널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의 증시 비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반면 박 회장은 그동안 기업경영과 관련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기업은 배당 등 단기적인 시장조치보다 설비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향후 삼성전자가 증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성장동력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제반 노력을 통해 증시내 위상을 되찾을 것인지 주목된다. 아울러 높아진 미래에셋의 위상과 향후 주요 기관투자가로서의 행보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