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종 교수

한낮 실외에서는 휴대폰 문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화면에 빛을 비쳐주는 백라이트(後光)에서 나오는 빛이 태양빛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한·미(韓美) 공동연구팀이 문어·오징어가 몸 색깔을 바꾸는 원리를 이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한양대 화학과 강영종 교수는 21일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드윈 토머스 교수와 함께 문어·오징어의 피부조직을 모방해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광자결정(光子結晶·Photonic crystal) 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광자결정은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반사해 그 색깔을 내게 하고 나머지는 통과시키는 결정 구조를 말한다. 나비의 날개·딱정벌레의 등껍질에는 색소가 없지만 이런 광자결정 구조를 갖고 있어 특유의 색을 낼 수 있다. 특히 문어·오징어의 피부에 있는 광자결정은 반사되는 빛의 파장을 자유자재로 변화시켜 몸 색깔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강 교수는 "오징어·문어는 피부 조직에 리플렉틴(reflectin)이라는 단백질이 층층이 겹쳐져 있어 광자결정 역할을 한다"며 "이번에 개발된 가변광자결정 물질은 이를 모방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기존 광자결정이 한 가지 빛만 반사하던 것에 비해 새로 만든 광자결정은 화학·전기적 자극을 통해 결정구조를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 결과 7가지 가시광선뿐 아니라 자외선·적외선 영역까지 빛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가변광자결정은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 없이도 태양빛이나 실내등 빛만으로 선명한 화면을 만드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로 개발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 22일자 인터넷판에 공개됐다.

광자결정(光子結晶)

색소는 특정한 파장의 빛만 반사해 우리 눈에 보이는 색을 내고, 나머지는 흡수해 열로 소멸시킨다. 반면 미세한 구멍이나 구조물이 일정하게 배열된 광자결정은 특정 파장의 빛을 반사시키고, 나머지 빛은 광섬유처럼 어느 한 방향으로 통과시킨다. 곤충의 날개나 보석 오팔이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른 것도 광자결정 구조가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져 다른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