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노벨 경제학상이 나오려면 경제학자들을 많이 외국으로 보내 해외교류를 하고 인맥도 쌓도록 해야 합니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으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에릭 매스킨(Maskin·56) 미국 고등과학연구소 교수는 16일 뉴저지주 프린스턴 소재 연구소 안의 자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매우 기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받았지만 노벨상 수상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받기가 어렵다."

―'메커니즘 디자인'이란 어떤 이론인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경제 제도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애덤 스미스(Smith)가 말한 자유시장 경제는 사유재산 영역에서는 잘 작동한다. 그러나 공공이익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공익분야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적절한 메커니즘을 디자인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에서도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정부 규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자면 생산을 한 특정 기업이 자연독점한 경우이다. 자연독점은 생산자가 경쟁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어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규제가 필요하다. 또 청정에너지(환경), 의료·국방·교육 등 공공재(公共材)는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어떻게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잘 정해 규제를 적절히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가장 잘 디자인된 정부 규제는 어떤 것인가.

"적절한 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개별 사례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당신은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조지 W 부시(Bush) 미국 대통령 등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개를 잠시 갸웃하더니) 자유시장경제는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한계를 갖고 있다.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뜻이다. 청정에너지는 좋은 사례다. 국방·교육 등 공공재도 이러한 영역에 속한다. 환경을 보호하거나 모든 시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시장의 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의자를 뒤로 젖히며) 나는 경제이론을 연구한 사람이다. 미국 경제의 전문가는 아니다. 깊이 연구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다."(매스킨 교수는 기자가 그의 이론이 북한 개방에 적용될 가능성, 세계 경제전망, 자본주의의 문제점 등을 물었으나 전문가가 아니거나 전망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수학적' 경제이론에 몰두한 많은 학자들의 특성을 그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나는 전망은 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다녀간 적이 있는가.

"수년 전부터 몇 번 갔다 왔다. 2005년 여름엔 연세대 초청으로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또 몇 주 동안 서울대에서 강의한 적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

"노벨상을 받으려면 행운이 많이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이 노력해야 하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한국의 경제학계를 더욱 국제화시키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의 학자들을 다른 나라에 보내 외국 문화와 접하게 해 국제화시킨 뒤 다시 불러들여 한국 학계의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국제화해 나가야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살던 집에서 지낸다는 말이 맞나.

" 그렇다. 연구소 소속의 2층짜리 흰색 건물인데 5년 전부터 살고 있다. 멋진 집이다."

―그 집에서 영감을 많이 받나.

"영감보다는 열심히 연구해야겠다는 자극을 많이 받는다.(웃음)"

―3명이 공동수상했으니 1인당 약 50만달러(약 4억6000만원) 가량의 노벨상 상금을 받게 될 텐데, 어디에 쓸 계획인가.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일부는 지체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할 것이다. 우리 아이가 뇌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하면서 "한국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초청하면 언제든지 가겠다"며 손을 잡았다.)

매스킨 교수는

에릭 매스킨 교수는 1950년 뉴욕시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에서 응용수학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MIT와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했다. 그는 레오니드 후르비치(Hurwicz) 미네소타대 석좌교수가 창시한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을 로저 마이어슨(Myerson)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게임이론에 접목해 발전시킴으로써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 연구 분야는 게임이론, 인센티브 경제학, 사회적 선택 이론, 경매 메커니즘 디자인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