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20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데, 왜 내가 산 종목의 주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거지?"대기업체에 근무하는 A과장(36)은 요즘 증시 관련 신문기사를 읽을 때마다 속이 상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인도 등 각 나라의 증시가 연일 신고가 행진을 벌였던 최근에도 그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업체 H사의 주가는 움직이는 기미가 거의 없었다. A과장뿐 아니다. 요즘 상당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올랐다지만 도저히 피부로 느낄 수 없다. 기관이나 외국인만 덕을 보고 개인투자자들은 소외되는 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불평하는 모습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주당 단가(單價)가 높은 부담 때문에 개인들은 손대지 못하고 기관들만 집중매입한 포스코(POSCO), 현대중공업 등 대형주 중심으로 최근 주가 상승이 이뤄지고, 개인들이 주로 보유한 대다수 중소형 종목의 주가는 상승세가 미약하거나 오히려 하락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 주가지수가 2000을 넘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도 주가 상승 종목 수보다 주가 하락 종목 수가 월등히 많은 날들이 계속됐다. 하락종목에 주로 몰려 있는 중소형주에 투자한 개인들로서는 이번 증시의 상승 랠리 축제에 동참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셈이다. 중소형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대형주가 한참 후에 쫓아가는 듯했던 작년까지의 장세와는 전혀 딴판이다.

◆4분기에도 대형주 주도 계속될 듯=한국증권선물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9월 16일~10월 16일) 동안 코스피시장의 대형주 99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7.44%를 기록했다. 반면 196개 종목의 중형주 주가상승률은 6.04%에 그쳤고, 421개 종목의 소형주 주가는 오히려 4.82%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프 참조〉

한화증권 이영곤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승장에서는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양극화가 유달리 심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 이후 세계적으로 위험 자산을 회피하고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 대형주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 기관과 외국인 주도의 장세 등이 결합해 대형주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대형주 강세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신영증권 한주성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형주의 강세장은 4분기(10~12월)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연말이 가까울수록 주가가 안정적이고 배당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대형주에 대한 선호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 들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모두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펀드로 몰리다 보니 펀드에도 돈 가뭄이 일어나 중소형주에까지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펀드도 대형주 위주로 올라=최근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오르다 보니 주식형 펀드에서도 똑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펀드 평가회사인 제로인 집계(15일 기준)에 따르면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의 최근 1~3개월 수익률은 일반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실적을 보였다.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유리운용의 '유리스몰뷰티주식A'의 지난 1개월 수익률은 -0.81%, 3개월 수익률은 -6.37%였고, 한국운용의 '한국부자아빠 거꾸로 주식증권K-2'는 1개월 수익률이 -0.12%, 3개월은 -4.09%에 그쳤다. 미래에셋의 '3억 만들기 중소형주식 1'도 1개월 수익률은 5.30%지만 3개월 수익률은 -1.1%였다.

반면 같은 기간 주로 대형주에 투자하는 설정 규모 100억원 이상의 406개 주식형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1.24%, 3개월은 8.23%를 기록해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실적을 크게 앞질러 갔다.

◆대형주 내에서도 차별화 전망=그러나 그간 상승세를 주도했던 대형주 중에서도 상당수 종목의 주가 수준이 이미 펀더멘털(기업 본질가치)에 가깝거나 그 이상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대형주 내에서도 주가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증시를 주도했던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 1~10위권 종목보다 앞으로는 20~50위권에 있는 대형주를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이 범위에 있는 대형주들의 향후 이익 개선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더 좋고, 최근 유입액이 줄어드는 주식 펀드들 입장에서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대안(代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