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실시간 무료 백신' 전략이 사실상 백지화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이번 결정은 보안업계의 '상생 논리'와 '이용자 이익'이라는 갈등에서 업계의 손을 들어 준 셈이 됐다.

네이버는 11일 오후 조선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 8월부터 비공개 시험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무료 백신서비스 'PC그린'의 플랫폼을 공개하고, 이 플랫폼에 안철수연구소 등 국내 보안업체가 실시간 감시 기능을 갖춘 보안서비스를 PC그린에 선택 탑재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네이버는 자사 툴바를 통해 수동 진단 및 치료 기능을 제공하던 반쪽짜리 백신 서비스를 발전시켜, 실시간 기능까지 포함해 회원 기반 100%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플랫폼 개방 결정으로 인해 국내 보안업체들이 네이버 PC그린을 통해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됐다. 현재 네이버는 자체 기술이 아닌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의 백신 엔진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뉴테크웨이브, 하우리 등 국내 보안업체에 한해 플랫폼을 공개하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보안 엔진을 선택 탑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어서, 사실상 '국내 보안업계 보호'라는 대전제에 나선 것과 마찬가지다.

NHN 관계자는 "실시간 감시 기능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보안 산업 보호라는 주장이 분명히 일리가 있는 시각"이라며 "백신 서비스는 당초대로 계속 준비하되, '멀티 엔진'으로 기획하여 발생한 유료 수익은 국내 기업들과 나누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계자는 "안철수연구소 등 대형 업체들만 협력하는 것은 (보안 업계와의) 상생이 아니다"며 "다른 영세 업체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네이버는 PC그린을 포털과 보안업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오픈 플랫폼의 형태로 전환 된다. 카스퍼스키 엔진 기반의 바이러스 및 악성코드의 탐지 및 치료 기능은 예정대로 무료로 제공하고, 안철수 연구소를 비롯한 국내 보안업체들과는 별도로 협력해 실시간 감시기능을 포함한 각사의 백신 엔진을 네이버의 PC그린 플랫폼을 통해 제공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가 오픈 플랫폼을 제안한 수준이지, 특정사와 세부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안철수 연구소와는 일부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일단 '실시간 감시' 이슈를 덜어 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네이버 입장에서 (시장 상생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온라인 백신 서비스 '빛자루'를 PC그린에 통째 넣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무료 실시간 감시'는 없던 일로…유료로 수익 공유 할 듯

네이버가 지난 9월부터 'PC 그린' 비공개 시험판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보안업계에서는 '수동 치료' 기능뿐만 아니라 경쟁사들이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실시간 감시 기능'까지 무료로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네이버는 "고려중인 사안일 뿐 확정된 건 없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안철수연구소 등 일부 보안 업체들의 '시장질서 교란' 등을 이유로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네이버가 이럴 수 있느냐"며 감정적인 성토까지 잇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 경영진들이 잇단 긴급 협상에도 불구하고 교착 상태가 계속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10월로 예정된 PC그린 공개 시험판 서비스가 갑자기 무기한 연기 되는 등 협력 모델로 발전하기 위한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 PC그린은 1000여명을 대상으로 비공개 시험판 서비스까지 이미 진행된 상황이다. 지난 10일에 1차 비공개 시험판 테스트가 이미 마무리 됐다. 비공개 테스트이긴 하지만 기능이 상이해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어 진행될 2차 시험판 서비스에서는 무료 실시간 감시 기능이 제거되거나 일부 제한될 것이 확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