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주들이 왜 이래?"
제2차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이 발표된 4일, 증권사 일선 영업창구에는 문의전화가 밀려 들었다. 각종 남북 경제협력(경협) 관련 테마를 갖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횡보하거나, 오히려 하락한 경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날 남북정상이 서명한 선언문에 담긴 북한의 자원 공동개발, 경제특구 건설,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각종 호재(好材)가 무색할 정도였다. 시장 전체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전날(2일)보다 10포인트 하락한 2003.60을 기록했다. 전날 50포인트 상승을 '정상회담 축포'라고 해석한 일부 증권전문가들을 무색케 했다. 전날 6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도 이날 3000억원 넘게 팔았다. 이날 하락의 원인은 2일과 3일 미국시장에서 다우평균이 경기 침체 우려로 크게 하락하는 등 투자 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대로, 전날 상승세의 상당부분 역시 '전 세계 증시 동반 상승'의 영향이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경협주들의 차분한 반응=남북 경협주들은 이날 현대건설만 9만7900원을 기록해 전일보다 2900원(3.05%) 올랐을 뿐, 대부분 종목들의 주가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협주들이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루머)에 주가가 올랐다가, 정작 선언문(뉴스)이 발표된 시점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증권가 속설(俗說)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당수 경협주들의 주가는 남북정상 회담 분위기에 묻혀서 동반상승한 것이지, 개별기업들의 현금흐름이나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향후 남북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개별 경협기업들의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확실하게 드러나면, 경협주 안에서도 옥석이 구분될 것이라는 것이다.
◆대북테마도 대형주 위주로 재편될 듯=이날 대북송전 테마를 갖고 있는 한국전력(-0.69%), 효성(-1.44%), LS산전(-0.06%), 일진전기(-1.83%)도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중소형주인 광명전기, 선도전기, 비츠로테크, 로만손 등은 하한가를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중소형주 약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경협주의 구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동안 대북 지원이 쌀, 비료, 개성공단 지원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업 위주였다면, 이번 정상회담 이후 경협은 덩치가 큰 SOC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남북경협을 이끄는 주력 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이다.
◆건설주, 하락했어도 장기적으로는 유망 의견 많아=이와 관련, 향후 대북(對北)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설 건설주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건설주도 이날은 약세였다. 이날 현대건설 주가만 소폭 올랐을 뿐, 대림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18만9000원, 2만7500원으로 전일 주가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과거 독일통일 과정을 볼 때, 건설업은 남북경협의 장기적인 수혜종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애널리스트는 "통독(統獨)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 88년 2월부터 통일이 완료된 90년 8월까지 독일 건설업종의 주가상승률은 400%를 넘었다"며 "향후 남북경협이 활발해질수록 건설업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