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끝없이 치솟고 있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81.51달러로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게다가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 국제유가 전망을 종전 배럴당 72달러에서 85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내년 말에는 9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본적으로 고(高)유가는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준다. 하지만 최근 증시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업종이 부각되고 있다. 고유가가 투자의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고유가로 인해 오일(oil)달러가 풍부해지고 풍력, 태양전지와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이 촉진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석유화학은 고유가의 전통적 수혜주=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는 유가 상승의 전통적인 수혜주라고 볼 수 있다. 유가 오른 만큼 석유 가격 등을 인상할 수 있는 데다 이전에 싸게 사들인 원유마저도 높은 가격에 팔아 마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중동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진출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도 이들 업종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달 카타르 현지에 석유화학공단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한화석유화학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출자한 기업과 공장 설립을 협상 중이다.
넘쳐나는 오일 머니로 인한 중동지역의 개발 열풍은 국내 건설·기계 업종의 실적을 수직으로 올려놨다.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수주금액(8월 말 기준)은 21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올랐고, 이 가운데 중동지역 수주금액이 145억달러로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 지연, 중국 등 개도국의 화학제품 소비 증가 등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의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에너지 주가 최근 2~3배씩 올라=풍력, 태양광·태양전지, 바이오디젤 등으로 대표되는 대체에너지 관련주도 고유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풍력 발전설비(윈드타워)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동국S&C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동국산업 주가는 4월 이후 3배 이상 올랐고, 태양전지 재료를 생산하는 소디프신소재는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바이오디젤을 제조·판매하는 바이오매스코도 최근 20% 가까이 올랐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데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의 필요성이 유가 급등으로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해외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한국가스공사, 삼성물산, LG상사 그리고 캐나다 PEC사(社)와 퀘벡주 우라늄 광산의 공동 개발을 합의한 코아정보시스템 등 자원개발 관련주들도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연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적용 받을 예정이어서 대체에너지 개발 업체에 대한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선별 투자"=다만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중소기업들인데다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내재가치를 더욱 철저히 따져가며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증권선물위원회는 19일 자원개발 테마를 이용해 10개 종목에 대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30명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대체 에너지 관련주는 이날 종목에 따라 부분적으로 폭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원 개발주에 대한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난 만큼 관련 여부와 상관 없이 투자 심리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중동 국가의 설비 투자가 계속 이뤄질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유가 급등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최근의 유가 상승은 공급 부족뿐 아니라 투기적 수요인 헤지펀드의 투자, 달러 약세로 인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 의지 때문"이라며 "향후 유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성장에 대한 단순한 기대감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