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친환경차'의 격전장이었습니다. 업체마다 CO₂(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인 친환경 고(高)연비의 차를 내놓고 '그린' '블루' '에코' 같은 문구를 붙여 광고하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모터쇼장에서 보니 유럽 업체의 기술력이 생각보다 훨씬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년쯤이면 폴크스바겐·푸조 같은 대중차 회사는 물론 벤츠·BMW 같은 고급차 회사도 EU(유럽연합)가 제시한 배출가스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러나 모터쇼장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차는 이런 친환경차가 아니라 '피아트 칭퀘첸토(cinquecento·500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였습니다.

▲ '피아트 칭퀘첸토(cinquecento·500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이 차에 어떤 첨단기술이 들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예쁘고 귀엽기 때문입니다. 이 차는 50년대 처음 나온 오리지널 칭퀘첸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차입니다. 1950년대 오리지널 비틀과 미니를 바탕으로 뉴비틀(폴크스바겐)과 미니 쿠퍼(BMW)가 나온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이탈리아의 '한물 간 회사' 피아트가 칭퀘첸토를 신차로 다시 만든 것은 옛날 명차에 대한 대중의 향수를 되살려 판매에 돌파구를 열어보겠다는 뜻일 겁니다. 영화로 치면 예전 인기에 기대어 한몫 보려는 리메이크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피아트의 기술력이나 조립 품질이 국산차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닙니다. 또 이 차가 피아트가 만드는 소형차 판다의 껍데기만 바꿨을 뿐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새로 나온 칭퀘첸토가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독특한 디자인과 분위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는 늘 얘깃거리를 만들고, 때로는 목적지 없이도 그저 달려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오리지널 칭퀘첸토나 미니·비틀은 요즘 나오는 신차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나온 지 50년이나 됐지만 지금 봐도 기가 막힌 디자인은 '세월을 뛰어넘는 명작'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본 현대·기아차의 신차들은 완성도 면에서 유럽 차에 뒤질 게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2% 부족합니다. 뭔가 재미있는 차, 얘깃거리가 되는 차, 감동을 주는 차를 만들어 전 세계 젊은이들을 매혹시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