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47㎏의 재미교포 여성이 세계 먹기 대회를 휩쓸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미국 닭 날개 먹기 선수권대회’에서 12분 만에 173개를 먹고 우승했다. 모든 음식을 한두 번만 씹고 바로 삼키는 괴력이다. 자연에서도 무시무시한 먹보 챔피언들이 있다.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 곰치(moray eel) 역시 자기 입보다 엄청나게 큰 먹이를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켜 버린다. 최근 곰치의 숨겨진 무기가 밝혀졌다. 곰치의 턱은 영화에 나오는 외계 생물체와 같은 구조였던 것.

입 안의 또 다른 작은 입

영화 '에일리언'을 보면 외계 괴물의 입에서 갑자기 또 다른 입이 튀어나와 사람의 몸을 꿰뚫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지구에서도 입 안에 또 다른 입을 숨기고 있는 에일리언 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곰치다.

몸길이가 2.7m에 이르는 곰치는 산호초에 난 구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지나가는 먹이를 잡아챈다. 먹이 대부분은 덩치가 크고 몸부림이 심한 큰 물고기나 문어, 오징어. 미 데이비스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리타 메타(Mehta) 박사는 곰치가 두 종류의 턱(jaw)을 활용해 한번 문 먹이를 목구멍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6일자 '네이처'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곰치가 먹이를 삼키는 과정은 두 단계다. 먼저 입 쪽에 있는 턱으로 먹이를 강하게 문다. 턱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나있어 먹이 깊숙이 박힌다. 특히 이빨은 목구멍 쪽으로 휘어져 있어 한번 물린 먹이가 입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렵게 한다.

이제 숨겨진 괴물이 등장할 차례. 목 안쪽에서 두 번째 턱이 튀어나와 먹이를 잡아채 목구멍으로 끌고 간다. 연구팀은 곰치가 먹이를 잡아채는 장면을 초 단위의 영상을 잡아내는 비디오카메라로 포착했다. 또 곰치의 두개골을 X선으로 촬영해 두 가지 턱 구조를 알아냈다.

자연에는 곰치 외에도 약 3만 종의 어류가 목구멍 쪽에 제2의 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먹이를 갈거나 부수는 역할만 하지 곰치처럼 먹이를 끌고 가는 적극적인 기능은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흡인력으로 먹이를 목구멍 안으로 빨아들인다. 메타 박사는 "좁은 산호초에서는 입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먹이를 빨아들이기 어려워 제2의 턱뼈를 사용하는 식으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하좌우 따로 움직이는 뱀의 턱

비단뱀도 곰치처럼 입보다 훨씬 큰 먹이를 삼킨다. 고양이에서부터 새끼돼지까지 삼키는 뱀도 있다. 그런데 뱀이나 곰치는 모습은 비슷해도 먹이를 삼키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일단 뱀은 큰 먹이를 삼킬 수 있도록 아래위 턱이 엄청나게 벌어진다. 사람의 위턱뼈는 두개골과 한 몸이다. 따라서 위턱을 따로 움직일 수 없다. 반면 뱀의 위턱은 두개골에 근육과 인대, 힘줄로 연결돼 있다.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

또 위턱은 아래턱과 정방형 뼈(quadrate bone)로 연결돼 있다. 이 뼈는 일종의 이중관절 경첩 역할을 한다. 덕분에 아래턱이 위턱과 따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뱀은 아래위 턱을 최대한 분리시켜 입을 150도까지 벌릴 수 있다고 한다. 발버둥치는 대형 먹잇감도 입 안에 갇혀 버린다.

뱀의 두 번째 무기는 좌우로 분리되는 아래턱에 있다. 앞에서 보면 턱의 왼쪽과 오른쪽 부분이 한 몸이 아니고 탄력 있는 인대로 연결돼 있다. 일단 먹이를 물었지만 목구멍 안으로 삼키지 못하면 허사다. 왼쪽과 오른쪽 턱뼈가 분리돼 한쪽은 먹이를 잡고 한쪽은 먹이를 둘러싸 안으로 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