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는 해외 자본가들에겐 입맛을 다실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외국인 구단주 소유. 그 외에도 중상위권 몇 팀이 현재 외국 자본에 넘어갈 상황에 놓여 있다. 해외 자본은 왜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하게 됐는가.
■ 프리미어리그는 화수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독일 어떤 리그도 외국인 구단주가 소유한 구단은 없다.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에만 리비아 자본이 7.5% 투입됐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프리미어리그에만 해외 자본 유입이 활발한 것일까. 이유는 단 하나. '수익성' 때문이다.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의 스테판 지만스키(Szymanski) 경제학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모든 축구 리그 중 최고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프로풋볼(NFL)이나 메이저리그 야구에 비하면 아직도 전체 수입 수준이 떨어진다"면서 "이는 역으로 프리미어리그가 앞으로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고 설명했다. 지만스키 교수는 또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의 인기 성장세를 볼 때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커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재벌들이 손을 뻗치는 건 그들이 미국식 이윤 창출법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더 많은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투시에 따르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이 벌어들인 수입(revenue)은 14억 파운드(약 2조6300억원). 2007~2008 시즌엔 18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아 시장에서 중계권료만 다음 3시즌 동안 6억2500만 파운드를 받아냈다. 홍콩에서만 1억 파운드에 달한다.
■ 쓰는 것 이상 벌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해외 재벌 유입의 1호는 런던 호화 백화점인 해로즈(Harrods)를 소유하고 있는 이집트 재벌 모하메드 알 파예드의 풀햄 인수다. 1997년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3000만 파운드를 들여 풀햄을 사들였다. 당시 디비전1(3부리그)에 머물렀던 풀햄은 6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승급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은 2003년 7월 러시아 신흥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1억3500만파운드를 들여 첼시를 사들인 것. 아브라모비치는 2006년 5월 AC밀란 스트라이커 안드리 세브첸코를 사들이면서 이적료 310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주급 13만 파운드를 내는 등 지금까지 1군에 2억 파운드(3600억원)를 투자했고, 첼시는 리그 사상 50년 만의 우승에 이어 2연속 우승컵을 거머쥐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상당수가 '빚'이라는 논란이 있긴 했지만 미국의 스포츠 재벌 말콤 글레이저가 1조3300억원 상당을 들여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하자, "프리미어리그가 본격적으로 외국 자본에 지배됐다"는 평가가 높았다. 서포터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지만, 2007년 우승과 웨인 루니·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스타들과의 장기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팬들의 원성도 잦아들었다. 전통의 명가 리버풀마저도 미국 스포츠 재벌인 조지 질레트, 톰 힉스에게 넘어갔다. 이들은 7만여 석 규모의 새 구장을 지을 것을 약속했고, 이번 시즌 가장 주목을 끌었던 스페인의 페르난도 토레스를 리버풀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400억원에 데려와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리버풀 FC 서포터 클럽 회장인 리치 페더는 지역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모든 다른 구단이 그렇다면 우리도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먼저 행한) 맨유와 첼시는 리그에서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자"고 강조했다.
태국의 부패 정치인으로 악명이 높았던 탁신 전 총리는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하면서 스벤 예란 에릭손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고 선수들 이적료로 약 76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 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은 그가 구단주 자리에 앉은 것을 두고 "프리미어리그가 해외 자본에 지배되면서 적합한 사람을 거를 능력을 잃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맨유와의 지역 라이벌전을 포함해 시즌 3경기 연속 승리를 일구며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포츠머스(러시아), 웨스트햄(아이슬란드), 아스톤 빌라(미국) 등이 이미 해외 자본에 팔렸고, 현재 아스날은 미국, 버밍엄은 홍콩 자본에 넘어갈 상황에 놓였다. 그 외에 레딩, 토튼햄 역시 이번 시즌 해외 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