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계속된 세계 경제의 '유동성(키워드 참조) 잔치'가 드디어 막을 내리는가. 미국발(發) 서브프라임(키워드 참조) 쇼크가 전 세계에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 의존했던 세계 경제 5년 장기 호황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쇼크로 신용과 부채·차입에 의존한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유동성 수축과 금리 상승 압력 등 지금까지와는 전혀 반대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세계 경제는 미국이 드라이브를 건 '글로벌 저금리' 덕을 톡톡히 누려 왔다. 저금리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 덕에 전 세계 집값이 급등하고, 주가도 상승세를 보여 왔다. 이는 소비·투자 증가로 이어지며 2003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매년 4~5%대를 기록하는,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이끌었다.

그러나 자산가격의 지나친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자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분수 이상으로 빚을 끌어 쓴 미국의 주택 구입자들부터 탈이 나면서 급기야 세계적인 신용 경색 사태를 불러오기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세계 경제의 흐름이 '팽창'에서 '축소' 사이클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비용'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돈의 힘으로 떠받친 호황

그동안의 글로벌 유동성 잔치를 주도한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다. 그는 2000년 말 IT 버블 붕괴로 경제 성장률이 1%대로 곤두박질치자 경기 침체 탈출의 해법을 '저금리 정책'에서 찾았다. 그는 2001년 1월부터 불과 2년 반 사이에 미국의 정책금리를 연 6.50%에서 1.00%로 끌어내렸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금리 정책을 추종해 일제히 저금리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자율이 떨어지자 기업과 가계는 앞다퉈 빚을 내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타난 과잉 유동성은 전 세계의 집값과 주가의 폭등을 유발했다. 미국의 집값은 2001년 이후 매년 5~9%씩 올랐고, 영국·프랑스의 집값은 거의 2~3배씩 올랐다. 주가도 폭등세를 보여 미국의 주가는 2001년 이후 50% 이상 뛰었다.

하지만 유동성 팽창이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하자 미국은 2004년 6월 이후 금리 정책을 변경해 유동성 축소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금리를 17개월 연속 올리자 고금리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대출자들이,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돼 파산하기 시작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의 발단이 됐다.

◆"유동성 잔치는 끝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브프라임 쇼크를 진화하기 위해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긴축 정책을 잠시 접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금융기조는 긴축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각국이 자산가격 버블을 방치할 수 없는 데다,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로벌 유동성 긴축이 다시 본격화할 경우 제2, 제3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돌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미국이 과도한 무역적자, 개도국의 과도한 무역수지 흑자 등 글로벌 불균형 문제 축소를 위해 다소의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계속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미국발 세계 경제 둔화 현상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서브프라임 사태는 과잉유동성에 기반한 세계 경제 장기 호황이 마무리되고,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버블 형성과정에서) 잠복됐던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문제가 터지고 덜 취약한 부분으로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쇼크가 미국 소비 침체를 가져올 경우, ①미국의 소비시장과 ②중국·인도의 저임금 노동력 ③산유국의 오일머니로 구성되는 세계 경제의 3각 엔진 구도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subprime mortgage loan)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이거나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한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해당된다. 프라임 모기지 보다 금리가 2~3%포인트 높고 주로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

과잉 유동성 

유동성(流動性), 즉 통화량이 실물경제의 생산활동을 뒷받침하는 수준을 넘어서 시중에 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린 상황을 뜻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으면 고수익을 좇는 투기활동이 확산돼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