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럽연합(EU)과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엉뚱하지만 심각한 골칫거리가 있답니다. "도대체 협정문을 몇 개 국어로 작성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협정문은 협상 결과를 총정리한 문서로 일종의 법전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EU가 27개 회원국의 연합이라 영어,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등 총 23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칙대로라면 한글을 합쳐 24개 언어로 협정문 정본(正本)을 작성해야 합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그렇게 많은 언어로 협정문을 만들고, 제대로 번역이 됐는지 검증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짐작도 안 간다"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한·미 FTA 협정문은 영어와 한글의 2개 언어로 협정문 정본(正本)을 작성했는데도, 1300페이지가 넘는 내용에 언어 간 뉘앙스 차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 양국 협상단이 꽤나 고생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정본은 영어본 하나만 만들고 나머지 언어는 각국이 국내용으로 번역본을 만들자"는 절충안을 제시할 생각이랍니다. 실제로 한·싱가포르, 한·EFTA(유럽자유무역연합) 때는 영어로만 협정문을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EU는 "원칙대로 24개 언어로 협정문을 작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어디 문제가 언어뿐이겠습니까? 정부 관계자는 "27개국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하는 협상이다 보니 또 어떤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튀어나올지 겁이 난다"고 하소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