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회가 원주민 어린이들에 대한 성적 학대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때문에 충격에 휩싸였다. 6월 15일 발표된 이 보고서는 북부 지역 원주민 사회의 어린이 2만3000명 대부분이 성폭력 앞에 노출된 상태라고 폭로했다. 아기들은 강간당하고, 어린애들은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여 성행위를 흉내 내고, 10대들은 마약 살 돈을 벌려고 몸을 판다는 참혹한 내용이었다.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선호하는 이상 성욕을 소아기호증(pedophilia)이라 한다. 이 용어는 1886년 성과학(sexology)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1840~1902)이 만들었다. 소아기호증을 나타내는 남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사춘기 전에 그러한 성향이 나타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어린이를 어른 대용으로 삼는 이른바 상황적 학대자(situational molester)이다. 이들은 동년배와의 성적 관계에서 좌절감을 느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상대로 어린이를 찾는 성인들이다. 또한 직업상 어린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방어 능력이 모자란 아이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사람도 포함된다.

소아기호증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는 저조한 상태이다. 어린이에 대한 성적 학대를 범죄행위보다는 정신 질환으로 접근할 경우 변태 성욕자를 두둔한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많기 때문에 연구를 꺼리는 실정이다.

소아기호증은 유전과 환경 요인이 모두 관련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부분 성도착증은 거의 후천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어릴 적부터 성에 대한 편견이나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사회의 규범으로부터 일탈한 성행동을 하게 된다. 소아기호증 역시 어린 시절의 경험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렸을 적에 어른으로부터 성적으로 학대받은 사람들이 소아기호증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1년 영국 연구진들은 성 범죄자를 치료하는 런던의 한 병원에서 소아기호증 환자 225명과 다른 환자 522명의 기록을 검토한 결과, 소아기호증 환자들이 성적 학대를 받은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성적 학대를 받은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 ‘패배감’을 ‘승리감’으로 보상받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성관계를 맺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소아기호증의 뿌리에는 생물학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 토론토대의 레이 블랜처드 교수는 어린 시절 뇌 손상과 소아기호증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소아기호증 환자 400명과 그렇지 않은 환자 800명의 의료기록을 검토하고, 소아기호증 환자들이 다른 환자보다 여섯 살 이전에 의식을 잃은 사고를 더 많이 당한 것을 발견했다. 물론 어린 시절의 뇌 손상이 반드시 소아기호증을 유발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뇌 결함이 소아기호증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결과였다.

소아기호증 치료에는 정신요법과 약물요법이 함께 권유된다. 정신요법은 환자가 어린 시절에 입은 정신적 상처를 들추어내서 의사와의 대화를 통해 치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편 약물요법은 소아기호증 환자의 성욕을 억제하는 약을 처방하거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거의 거세당한 사람의 수준으로까지 감소하도록 조처한다.

▲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호주 국민들은 6월 15일 공개된 보고서를 통해 원주민들이 처한 참상을 알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주민 사회는 어린이들에 대한 성적 학대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과 부녀자 폭행이 만연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인의 기대수명은 80살이지만 원주민은 63살에 불과했다. 원주민들은 당뇨병과 심장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난과 관련된 질병들, 예컨대 폐질환과 빈혈증을 앓고 있어 기대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6월 21일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원주민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을 발표하고, 어린이의 성적 학대는 국가 비상사태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16살 이하 원주민 어린이의 건강 검진 의무화 등 미봉책을 발표했지만 11년 집권 기간 동안 원주민 문제를 소홀히 다루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