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미국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클릭(Click)'을 보면, 주인공이 '만능 리모컨'을 이용해 인생의 속도를 맘대로 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빨리 감기'와 '느리게 감기' 기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교통체증도, 아내와의 싸움도, 심지어 승진의 속도까지 조절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나도 한번 만능 리모컨을 사용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영화 속의 '만능' 리모컨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을 리모컨과 함께 한다. 찾으면 잘 안 보이는 TV 리모컨, '스마트 키'로 불리는 똑똑한 자동차 리모컨 등 종류도 다양하다. 노래방에서도 사용하고, 휴대폰에도 그 기능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리모컨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엔 전통적인 리모컨과 비교할 때 생김새와 기능이 상당히 다른 펜 모양의 제품 등 다양한 리모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래방기기 업체 금영은 최근 볼펜 모양의 원터치 리모컨 '필통 매직펜'을 출시했다.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노래를 선곡하는 대신, 바코드 형태로 제작된 노래 선곡책에 볼펜 모양의 리모컨을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노래가 예약된다.

동그란 루프(loop)형 리모컨도 나왔다. 미국 힐크레스트랩사(社)에서 개발한 TV 리모컨은 기존의 네모난 모양과는 달리 둥근 반지 형태다. 이 리모컨에는 채널을 선택하는 숫자 키가 없다. 대신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TV화면에 안내문구가 떠오르고, 그것을 리모컨에 있는 스크롤 휠로 조작한다. 리모컨을 흔들어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다양한 리모컨들. 제일 윗쪽은 스페이스 커맨드, 아래 왼쪽부터 둥근 고리 모양 리모컨, 다양한 전자기기를 조종하는 만능 리모컨, 금영 필통 매직펜, 리모컨 기능을 내장한 휴대폰.

리모컨 기능이 들어간 휴대전화도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모델명 SCH-M600)은 적외선 통신 기능과 리모컨 소프트웨어가 들어있어, 다양한 가전제품을 원거리에서 조작할 수 있다.

로지텍이 개발한 리모컨 '하모니 1000'은 디자인부터 기능까지 기존 리모컨과 다르다. 3.5인치의 LCD(액정화면)이 리모컨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고,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조작에 필요한 기능은 커다란 LCD창에 표시되고, 각 기능을 누르면 조작이 가능하다. 이 리모컨은 최대 15개 가전제품의 조작이 가능하다.

최근엔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집안의 가전제품을 조절하는 통합리모컨이 등장했다. 홈네트워크는 집을 지을 때 동일 회사의 가전제품을 붙박이(빌트인) 방식으로 설치, 리모컨 하나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LG전자는 지난해 1만2000세대의 아파트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는 3만 세대에 공급한다.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갖춰진 집에선 TV 리모컨으로 TV 화면을 통해 TV·에어컨·세탁기·전자렌지 등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리모컨(remote control)의 역사는 1930년대 말 라디오 업체에서 출발했다.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950년대에 들어서였다. 최초의 TV용 리모컨은 1950년대 초 미국 제니스사(社)가 출시한 '레이지 본스(lazy Bones)'라는 제품이다. 제니스의 창업자인 유진 맥도널드는 TV의 광고가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해 TV 구매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판단, 광고가 나올 때 빨리 볼륨을 낮추거나 채널을 바꿀 수 있는 장치로 리모컨을 개발했다. 레이지 본스는 전기코드가 달려 있는 유선 장치였는데, 감전사고의 위험이 있었다. 이어 5년 후에는 제니스의 엔지니어였던 유진 폴리가 빛을 이용해 TV를 조종하는 무선 리모컨 '플래시매틱'을 개발했다. TV 가장자리에 달려있는 센서가 빛을 감지, TV기능을 조종하는 원리였다. 광고가 나오면 소리를 없앨 수 있는 '묵음' 기능도 추가됐다.

하지만 이 제품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TV에 달린 센서가 리모컨의 빛뿐 아니라 거실 전등과 같은 다른 불빛에도 반응한 것이다. 전등불을 켜고 끌 때마다 TV도 온·오프되는 오(誤)작동이 일어났다.

이를 보완한 제품이 1956년 나온 '스페이스 커맨드' 리모컨이다. 제니스의 개발담당자 로버트 애들러(Robert Adler)가 빛 대신 초음파를 이용한 방식으로 개발했다. 스페이스 커맨더는 출시된 후 20여년간 900만개 이상 팔리면서 현대식 리모컨의 표준이 됐다.

이후 리모컨 기술은 진화를 거듭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큼지막한 박스형태에서 얇은 카드형태로 발전했다. 신호전달 매체도 적외선으로 바뀌었다.

국내의 TV 리모컨은 80년대에 나왔다. 1981년 LG전자(당시 금성사)가 14인치 컬러TV에 리모컨을 도입했고, 1984년엔 삼성전자가 엑설런트TV를 출시하면서 리모컨 조절기를 선보였다.

LG전자 전명우 상무는 "리모컨은 전자기술이 만들어낸 발명품 중 가장 편리하고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리모컨의 모양과 기능은 미래에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