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기자 egkim@chosun.com

“대부분의 경영전략은 실패한다.”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대부분 기업은 나름대로 최적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한다. 최고의 인재를 투입하기도 하고 굴지의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투자를 해서 정교하게 만든 경영전략도 정작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포터 교수의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연구도 있다. 지난 10년간 ‘포천(Fortune)’ 500대 기업의 경영전략을 살펴보니 성공률이 고작 2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맥킨지에서도 일류기업 CEO(최고경영자) 796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조사를 했는데 경영전략의 실패확률이 60%를 넘었다. 아무리 잘나가는 글로벌 일류기업이라 할지라도 경영전략을 당초 목표대로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도대체 애써 만든 경영전략은 왜 실패하는 것일까? 포터 교수는 크게 3가지 핵심요인을 들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경쟁을 위한 경쟁을 추구하는 전략일수록 실패할 확률이 크다.

많은 CEO들이 고객지향경영을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들 중 상당수가 고객보다는 경쟁사를 앞서기 위한 경영전략을 펼친다. 쫓아오는 경쟁사들의 행보가 당장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쟁의식에 사로잡히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어렵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같은 객관적인 지표는 외면한 채 당장의 위협만 바라보고 엉뚱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또 경쟁사를 앞서기 위해 무리한 투자나 출혈경쟁을 시도해서 시장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쉽다. 경영전략의 효과를 평가해주는 것은 경쟁사가 아닌 고객이다. 따라서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는 경쟁사에 집착하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사를 제치는 데만 치중하는 전략은 오히려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 될 뿐이다.

호주의 카셀라 와인은 경쟁 와인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대신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해서 성공한 사례다. 대부분의 와인업체들은 포도의 품종, 수확연도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로 자신의 와인이 경쟁 와인보다 괜찮은 맛을 가졌다고 홍보해 왔다. 그런데 카셀라 와인은 ‘콘셉트(concept) 와인’이라는 개념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집중했다.

경쟁 와인들처럼 품종과 수확연도를 내세우는 대신 ‘누구나 즐겁게 마시는 와인’이라는 콘셉트를 소비자들에게 홍보했다.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친밀함’과 ‘참신함’의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다. 그 결과 일반 대중들이 와인에 대해 가졌던 ‘특별한 때에만 마시는 술’의 이미지를 깰 수 있었고, 새로운 고객을 창출했다. 이제 카셀라 와인의 경영전략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모범사례로 다뤄지고 있을 정도다.

둘째, 현재 고객에 안주하는 경영전략은 죽은 전략이다.

고객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현재의 고객이고 다른 하나는 잠재고객, 즉 미래의 고객이다. 기업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큰 적(敵)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기업을 한참 먹여 살려주는 현재의 고객이다. 성공을 맛본 기업일수록 기존 고객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화려한 현재를 유지하게끔 해주는 원동력인 현재의 고객들만 쳐다보게 되고, 그 결과 과감한 변화를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안주는 곧 쇠퇴를 의미한다. 과거의 성공방식은 경쟁사도 쉽게 모방하기 마련이다. 현재 고객에 안주하는 전략을 고집한다면 결국 시장을 잃게 될 뿐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기업이 델(Dell)이다. 델은 지난 20년간 승승장구하며 전 세계 PC시장을 장악해왔다. 그런 델이 2006년에 이르러 판매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경쟁업체 HP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마이클 델 회장은 비즈니스위크 지(誌)에서 2006 최악의 경영자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수모까지 당하기도 했다.

델의 추락 이유는 바로 기존 고객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 동안의 주요 고객이었던 데스크톱 사용자들에게 집착하다가 새로운 시장인 랩톱 사용자들을 놓쳐버린 것이다. 무선인터넷처럼 이동 중에도 PC를 100%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경쟁업체들은 보다 가볍고, 보다 편리한 최첨단 노트북 PC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델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좀 더 싼 가격에 데스크톱을 공급할 수 있을지에만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변화와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 것이다.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현재의 고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을 발굴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면 세계 최대 호텔 체인 중 하나인 메리어트호텔은 지속적인 신규 고객 창출로 성공한 사례다. 메리어트호텔은 본래 워싱턴 근교의 기사식당에서 출발했다. 기사식당 사업의 성공 이후에도 메리어트호텔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표준화된 조리기술을 만들어 공항 레스토랑으로 진출하는가 하면 비행기 기내식까지 확장했고 마침내 글로벌 호텔체인으로 성장했다. 이것은 메리어트호텔이 자신의 고객을 운전기사에만 한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셋째, 자신감과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영전략은 말 잔치에 불과하다.

아이디어의 탁월성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의 일관성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경영상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외부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충고와 비판을 무조건 수용한다. 그러나 모든 이해 당사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경영전략은 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이고, 조직을 지탱하는 뿌리이다. 항해 도중에 나침반의 방향이 바뀌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콘티넨털항공은 1994년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졌다. 당시 월가(街)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콘티넨털항공에 항공노선 축소 등 비용절감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하지만 CEO 고든 베튠의 관심사는 한결같았다. 바로 고객 편의였다. 고객 편의를 지향하는 콘티넨털항공이 고객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비용을 줄인다면 그것이야말로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베튠은 오히려 항공노선을 늘렸다. 무수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전략을 추진해 나갔다. 결국 콘티넨털항공은 이듬해 기적 같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일관성은 브랜드 전략에서 특히 중요하다. 전 세계 담배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필립모리스의 대표 브랜드 말보로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 담배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약 7년인데 비해 말보로는 70년 이상 같은 브랜드를 지켜오고 있다. 말보로가 장수브랜드의 입지를 굳혀온 이유는 무엇일까? 말보로의 광고 담당이었던 레오 버넷은 "말보로에는 서부의 자유로운 영혼과 남자들의 고향, 카우보이의 맛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말보로의 성공은 그 맛이 변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한다. 말보로의 장수비결은 1950년부터 세웠던 남성적 이미지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굳건히 지켜온 일관성에 있는 것이다.

P&G도 3C라고 불리는 브랜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3C의 첫 번째 C는 일관성(consistency)이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C도 마찬가지다. 일관성을 세 번이나 강조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한번 시작한 전략은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조직원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효과를 창출할 확률도 커지기 때문이다. 경영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자의 용기 있는 결단과 뚝심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영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경쟁사보다 고객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가? 둘째, 현재 고객이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고객을 상정한 전략인가? 그리고 끝으로, 지금의 전략이 이 두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일관성을 가지고 자신 있게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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