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가 지난 3월 선보인 '하루야채 퍼플'은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해의 히트작이라는 내부평가다. 기존 하루야채와 함께 하루 18만개가 팔리고 올 매출목표는 800억원에 이른다. 이 제품의 특징은 보라 당근을 첨가, 음료색깔이 보라색이라는 것. 이 회사 박일범 연구원은 "당근을 연구하다 한 사이트(carrot museum)를 통해 터키에서 생산하는 보라당근의 기능성이 탁월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이를 수입해서 제품화시켰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호콘 마그누스 왕세자 부부는 방한(訪韓) 일정 중 짬을 내 뉴코아아울렛 강남점을 9일 찾았다. 이랜드그룹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 팀에서 지난해 말부터 노르웨이산 연어를 직수입해 계열사 매장에서 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도 좋아서 매달 20%씩 매출이 성장 중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노르웨이와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된 것을 계기로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수입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식음료 업계에서 전 세계 곳곳을 직접 뒤져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구하는 일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업체마다 특색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소비자 관심을 받을 수 있는데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제조업에 이어 유통업체도 '글로벌 소싱' 경쟁이 진행 중인 셈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해외 직매입 확대
국내 대형마트의 해외 직매입 경쟁은 치열하다. 의류상품의 경우 최근 중국에서 만든 제품의 원가(原價)가 올라가면서 방글라데시로 수입선을 바꾸는 경향이 뚜렷하다. 홈플러스 김종선 남성복 팀장은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하는 의류 수준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과 차이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20% 정도 가격도 싸다"고 말했다. 실제 방글라데시에서 만든 드레스셔츠는 9900원에 매장에서 팔린다.
소형가전 중에는 선풍기가 대표적이다. 홈플러스는 중국에서 '아이템스'라는 브랜드로 들여와 지난해 여름철에만 15만대를 팔아 치웠다. 가격은 1만~2만원대 수준으로 기존 선풍기보다 30~40% 싸다. 이마트도 해외소싱 담당 직원이 중국 남부지역 선풍기 제조업체를 발굴, 지난해 13만대를 판매했다. 가격은 기존제품보다 20% 가량 저렴하다.
식품류 매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홈플러스는 노르웨이산 연어 물량이 달리자 칠레산 연어를 들여오고 있다. 오는 6월부터는 미국·뉴질랜드산 대신 중국 칭다오(靑島)와 산둥(山東)지역 체리도 수입하기로 했다. 인건비와 운송비 등이 적게 들어 기존 판매가격을 20~30% 내릴 수 있어서다. 이랜드는 러시아산 킹크랩을 직수입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전 세계 18개국에서 1100억원 상당의 상품을 수입했다. 올해는 2000억원대로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홈플러스 해외상품팀에서 구해오는 직수입 품목은 연간 2만 가지나 된다.
◆전 세계 유통업체 간 경쟁, 상상초월
이마트 관계자는 "2003년 해외상품팀이 처음으로 중국에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이미 중국의 주요 공장은 월마트·까르푸와 계약을 맺고 전 세계로 물건을 공급 중이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쟁이 붙다 보니 각 사마다 글로벌소싱팀 혹은 해외상품팀 활동을 기업 기밀로 분류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조차 해외소싱팀의 업무·담당 영역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지는 국내 중소제조업체가 고사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홈플러스 해외상품팀 신동화 팀장은 "숨어있는 해외제품을 발굴해 직매입하게 되면 중간 유통과정을 줄임으로써 15~20%의 원가절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 혜택으로 돌아간다"며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직매입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키워드… 글로벌 소싱 (global sourcing)
주로 제조업체들이 세계 각처에서 비교적 싼 가격으로 부품을 조달함으로써 생산단가를 낮추려는 행위를 말한다. 유통업체에서도 전 세계를 뒤져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가장 싸게 공급받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소싱이 진행될수록 물가가 안정되는 순기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