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서장원기자 jwseo@chosun.com

지난달 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마지막 협상이 벌어진 서울 하얏트호텔. 금융 분야 협상 대표인 재경부 신제윤 국제금융심의관이 협상장을 빠져나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에서 우체국보험과 협동조합보험을 문제 삼네요. 거참…."

우체국보험과 협동조합보험(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가 운영하는 보험)에 정부가 각종 편법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 미국측 주장. 그런데 '정부 지원'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소비자들에게는 솔깃한 얘기다. 하지만 그간 대형 민간 보험사들의 마케팅에 눌려 우체국보험과 협동조합보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괜찮은 보험 상품일까.

비슷한 조건일 경우 민간상품보다 10~15% 보험료 저렴

우체국보험과 협동조합보험의 가장 큰 강점은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다. 비슷한 보상 조건일 경우 민간 보험사 상품보다 10~15% 정도 보험료가 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민간 보험사에 비해 사업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민간 보험사와 달리 우체국·협동조합보험과 공제보험은 가입자가 직접 창구를 찾아가 가입한다. 별도의 보험설계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인건비가 줄어드는 셈이다. 또 정부로부터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데다 비영리 법인이어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 필요도 없고, 자산 운용을 통해 나오는 이익금도 대부분 가입자에게 분배한다.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 큰 것이다.

하지만 민간 보험사들은 "우체국보험과 협동종합보험은 보험료가 싼 만큼 서비스가 못하다"고 비판한다. A 보험사 관계자는 "질병이나 사고 발생시 일반 보험사보다 보상 절차가 느리다"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 단체보험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팔린 상품들이 많아 그 쪽에서 손해가 나면 일반 가입자의 몫에서 벌충한다는 주장도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우체국·협동조합보험 쪽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협 보험기획부 김근호 차장은 "지난 2005년 민간 보험에 접수된 민원은 1만 건당 2.9건이었는데, 농협 보험은 0.021건으로 민간 보험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았다"며 "보상 만족도가 월등히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농협의 보험금 지급 여력은 금감원 기준(100%)보다 높은 145%이고 정부의 보호도 받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신수식 고려대 교수(경영학)은 "기본적인 보장을 중심으로 실속 있고 저렴한 보험 상품을 찾는다면 우체국보험이나 협동조합보험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건강검진 없이 가입… 공공성을 강조한 보험

우체국보험과 협동조합보험은 공공 상품의 성격이 짙다. 운영 주체만 보더라도 정부 기관 아니면 정부 투자기관이다. 우체국보험은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협동조합보험은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가 운영한다.

다만 우체국보험은 가입액이 최대 400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험료 부담을 낮춰 가능한 한 많은 서민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정사업본부 장명수 사무관은 "모든 보험을 건강 진단 없이 가입할 수 있게 한 것도 국민 누구나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보험도 공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본래는 조합원들만 가입할 수 있지만 농협·수협·신협과 새마을금고의 4대 공제는 전 국민에게 가입을 개방했다.

지난해 말 우체국과 4대 협동조합의 보험 규모는 14조원(수입 보험료 기준)이 넘는다. 상품 종류는 주로 건강·질병보험, 종신보험 등 생명보험 쪽. 이 중 농협이 절반이 넘는 7조2700억원을 차지한다. 민간 생명보험사와 비교하면 삼성·대한·교보생명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FTA 체결 2~3년 후부턴 보험료 올라갈 듯

지금까지 농협보험은 농림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새마을공제는 행정자치부, 우체국보험은 정보통신부가 감독해 왔다. 하지만 한·미 FTA 체결 3년(우체국보험은 2년) 후부터는 금융감독원이 이들 보험에 대한 추가적인 관리 감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내부 유보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하고, 정부의 세제 혜택도 줄어드는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 보험료가 현재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각 부처들이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느슨한 관리 감독을 해왔지만 금감원은 민간 보험사 수준의 관리 감독 잣대를 들이댈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간 보험사와 보험료 격차가 줄어들면서 영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