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고추의 대명사로 알려진 청양고추. 된장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눈물이 쏙 빠질 만큼 매운 맛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고추 품종으로 자리잡은 청양고추 이름에 대해 경북 청송(靑松)·영양(英陽)군과 충남 청양(靑陽)군이 서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청송·영양군은 청송의 ‘청’(靑)자와 영양의 ‘양’(陽)자를 합쳐 ‘청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청양군은 “자신의 지역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주장합니다.

농림부 산하 국립종자관리소에 따르면, 청양고추는 1983년 중앙종묘(현 세미니스코리아)에서 개발한 품종으로 육성자는 현재 홍초원고추연구소 소장으로 근무 중인 유일웅(62)씨로 나와 있습니다.

논란에 대한 유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1970년대 말 일본의 한 카레 제조회사가 고추 신품종 개발을 유씨에게 의뢰했습니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을 카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유씨는 제주도 고추와 태국의 고추를 교배해 매운 맛이 강한 새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캡사이신을 충분히 추출하지 못해 상품화에 실패했습니다. 유씨는 평소 알고 있던 청송·영양지역 농민들에게 품종을 나눠주며 재배를 부탁했고, 농민들은 매운 고추가 우리 입맛에 맞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씨는 “두 지역명에서 한 글자씩 따오면서, 청영보다는 청양이라는 발음이 더 좋아 그렇게 지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청양군의 설명은 다릅니다. 중앙종묘가 1970년대 말 청양농업기술센터에서 받아 간 여러 종류의 매운 고추품종을 개량해 청양고추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청양농업기술센터 안정수 소장은 “여러 품종을 섞다 보니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뿌리는 청양에서 받아간 품종이 틀림없다”고 말합니다.

청양군은 2004년 ‘청양고추’라는 상표명을 특허청에 지적재산권으로 등록했다고 합니다. 또 매년 9월 말 고추축제를 열며 청양고추 알리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청송과 영양군에서도 최근엔 고추를 예전만큼 많이 생산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요즘 청양고추는 경남 밀양과 강원도에서 더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