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본지는 통상 전문가 3명을 초청해 이번 협상의 의미와 향후 과제 등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높은 수준의 협상"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됨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부문 개방이 제외된 점은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좌담회에는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 정인교 인하대 교수, 정영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참석했다.

전문가들은"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정인교 인하대 교수, 현오석 국제무역연구 원 원장, 정영진 변호사.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협상 타결의 의미는?

▲현오석=한국은 1967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가입한 이후에 세계 무역 신장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었다. 4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무역 파트너가 됨으로써 한국 경제에 다시 큰 획을 그었다. 또 이번 협상 결과는 앞으로 중국, 인도, EU 등 거대 경제권과 협상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정인교=우리가 그동안 개방 정책을 펼쳐 왔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실질적 개방의 큰 전기를 맞게 됐다. 이번에 타결된 협상 내용이 100%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체결한 기존의 어떤 협정보다도 내용 면에서 충실을 기했다. 쌀은 빠졌지만 그 외 농업 부문을 전면적으로 개방한 첫 사례다. 전면적인 개방 시대로 가는 출발점이 됐다.

▲정영진=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새로 정립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시장 개방 협상은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에 효과는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현오석=이번 협상으로 우리 경제는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가게 됐다.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데에도 한몫 했다. 샌드위치 경제, 저성장 트랩을 빠져 나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협상 내용을 평가한다면?

▲정인교=협상 결과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이번 협상은 기존 어떤 협상보다 시장 개방 범위가 광범위해 목표에 비해 훌륭한 실적을 거뒀다. 특히 자동차 등 관세 철폐 문제에 관한 한,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현오석=이번 협상은 '가장 선진화된 FTA 협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국경 없는 자유 무역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 심지어 쌀까지 모두 다뤘다(쌀은 협상 대상에서 빠졌지만 논의는 했다는 의미). 다만 서비스 분야는 우리가 좀 더 개방했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이 빠져 아쉽다.

▲정영진=이번 협상엔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없던 내용도 많이 들어 있다. 가령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 같은 건 나프타에도 있었던 요소이지만 이번에 새로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에서 환경, 안전, 부동산정책 등 국민 실생활과 직결되는 분야를 제외해 정책 주권 훼손을 막은 것도 중요한 성과다.

또 이번 협상에서 투명성 강화를 위해 법령의 입법예고 기간이 20일에서 40일로 늘어났다.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다.


경제 주체들의 의식 바뀌어야

▲현오석=이번 협상은 개방이라는 장(場)만 열어준 것이지, 결국은 각 경제주체의 경쟁력에 모든 게 귀착이 된다.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장 진출 기회를 얻었지만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가령 미국 자동차 관세가 철폐돼도 파업만 일삼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정인교=앞으로 생산자든 소비자든 '투명성'이 강조될 것이다. 가령 이번에 원산지 규정도 수출자 본인이 기록하는 자가 증명제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원산지를 속이면 혹독한 제재를 받게 된다.

이번 협상에서 서비스 분야 개방이 미진한데, 서비스는 앞으로 우리가 자발적으로 자유화·선진화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하면 한·미 FTA협상과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고, 소득 3만달러 시대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설득은 어떻게

▲현오석=개방 경제나 자유 무역의 가장 큰 수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귀착된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생산자 입장에서 말하면서 이 점을 잊기 쉽다. 각종 이해집단도 이 점을 가리고 있다.

▲정인교=한·미FTA가 언제부터인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변질돼 진짜 이해 당사자는 배제된 채, 특정 그룹에 의해 논의가 주도되는 등 사회적인 병폐가 심각하다.

▲정영진=일부 시민단체가 FTA에 반대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 예를 들어 노동 분야나 환경 분야는 높은 수준의 국제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따라서 노동이나 환경 단체는 오히려 이번 협상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한다.

▲정인교=한미 협상은 헌법보다 오래 가기 때문에 헌법적 질서나 다름없다. 다음 정권을 노리는 대선 주자들이 분명하게 입장을 표시하고 제시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현오석=농업 등 피해가 발생하는 분야는 근로자들의 삶을 보호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보상 규모는 확대하되, 다만 보상 집행은 엄격하게 해야 한다. 보상금 집행 과정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영진=지금까지 미국과 협상을 벌였지만, 앞으로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이라는 진짜 협상이 남았다. 앞으로가 더 어렵고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