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一卵性)도 이란성(二卵性)도 아닌 이른바 ‘1.5란성(semi-identical)’ 쌍둥이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발견된 쌍둥이 중 한 아기는 남녀 성기(性器)를 모두 가지고 있어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양성(兩性)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네이처(Nature)’지는 “미 애리조나주 배너 굿 사마리탄 의학센터의 비비엔 사우터 박사 연구팀이 어머니 쪽 유전자는 똑같지만 아버지 쪽 유전자는 절반만 같은 반(半)일란성 쌍둥이를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일란성 쌍둥이는 난자 하나가 정자 하나와 만나 수정됐다가 나중에 둘로 갈라져 각각 태아로 자라난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가 똑같다. 반면 이란성은 난자 두 개가 각각 다른 정자와 수정된 것이어서 유전자가 서로 다르다. 1.5란성 쌍둥이는 일란성과 달리 아버지 쪽 유전자가 다르며, 어머니 쪽 유전자가 같다는 점에선 이란성과 차이를 보였다.

사우터 박사는 '휴먼 지네틱스(Human Genetics)'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난자 하나에 정자 두 개가 동시에 수정됐다가 나중에 갈라져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하게도 반일란성 쌍둥이 중 한 아기는 남성과 여성 성기를 둘 다 가진 양성이었다. 다른 아기는 남성 성기만 갖고 있었다.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는 "난자가 정자 하나를 받아들이면 다른 정자는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는데 이번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동물에서 같은 방법으로 수정을 시켜보면 양성을 만드는 염색체 이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터 박사는 "세포마다 성염색체가 다르다는 점은 있지만 쌍둥이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 걸음마를 할 때까지 성장이나 정신발달에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