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은 마약에 중독될까.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가 현대 인류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약물 중독과 치매가 일어나는 메커니즘 중 그동안 미해결 과제로 남았던 부분을 밝혀냈다.
미 록펠러대의 안정혁(38·사진) 박사는 '대뇌핵(大腦核, basal ganglia)'의 기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백질인 'DARPP-32'의 작용 메커니즘을 새롭게 밝혀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달 20일자에 논문을 발표했다.
뇌 깊숙한 곳에 있는 대뇌핵은 사람의 움직임이나 사물에 대한 인지력과 함께 만족감, 욕구, 불안감 등의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다. 욕구가 지나치면 중독이 되듯 이곳에서는 각종 약물에 대한 중독성도 담당한다. 이곳이 잘못되면 파킨슨병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이 일어난다.
DARPP-32 단백질은 인산(燐酸)이란 물질이 붙거나 떨어지는 것에 의해 마치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듯 대뇌핵의 정신작용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 박사는 그 과정이 단순히 전기스위치를 켜고 끄듯 '모 아니면 도' 관계가 아니라 '물고 물리는' 관계에 의해 켜지는 듯 꺼지고, 꺼지는 듯 켜지는 미세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대뇌핵에는 DARPP-32에서 인산을 떼내 스위치를 오프(off)하는 단백질과 인산을 붙여 온(on)하는 단백질이 있다. 안 박사는 그 사이에 'B56델타'라는 단백질이 있어 오프 스위치를 견제하는 동시에 그 자신은 온 스위치에 의해 견제당하는 일종의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동물 실험에서 확인했다.
안 박사는 "이번 연구로 신경세포 신호 전달체계에서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던 탈(脫)인산화 효소의 조절메커니즘이 밝혀졌다"며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과 부작용을 줄이는 연구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안 박사는 연세대 생화학과를 나와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록펠러대에서 박사후 연구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는 폴 그린가드 교수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