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공장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것일까?

자동차 1대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02년 31.9시간에서 지난해 32시간으로 도리어 0.1시간 늘었다. 세계 최강 도요타(22시간)는 물론 포드(26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게다가 원화 가치도 22% 치솟았다. 한 대 팔아 남기는 마진도 줄 수밖에 없다. 2002년 1000원어치를 팔아 65원 남던 것이 작년에는 45원밖에 남지 않았다.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가총액 상위 30대 대기업(금융 제외)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004년 12.0%에서 2005년 9.4%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7.8%까지 하락했다. 2년 전엔 1000원을 팔아 120원을 남겼는데, 지금은 78원밖에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19%이던 영업이익률이 작년 12%로 떨어졌고, SK텔레콤도 31%에서 24%로 급감했다. 2004년 영업이익률이 20.3%이던 LG필립스LCD는 2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환율과 인건비, 성장동력 발굴 실패=이처럼 기업 수익이 악화된 것은 한마디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원화 가치의 급등(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이다.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무려 2000억원 줄어들고, 현대차 1200억, LG전자 400억원이 감소한다. 한국씨티은행의 오석태 거시경제팀장은 "달러나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로 도요타가 현대차를 제치고 돈을 갈퀴로 긁어 담아도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높은 임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SK텔레콤의 대졸 신입사원 임금이 일본의 NTT도코모보다 40% 가까이 높고, 포스코는 신일본제철보다 35%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글로벌 경쟁하에서 임금 상승은 기업 활력 약화와 국가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세 번째이자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간판급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휴대폰으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전자도 이 때문에 매출 정체와 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이 회사 순이익은 2004년 10조7900억원을 넘은 뒤 감소 추세로 반전, 작년엔 7조9300억원에 머물렀다. 올 1분기 순이익도 작년 4분기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석중 부사장은 "기업 수익을 올리려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기술력 향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원론적 해답이고 그런 시도도 있지만, 하루 이틀에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저성장 접어드나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기업 수익악화는 우리경제가 과소투자·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대기업 회장들의 위기론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만브라더스의 로버트 수바라만(Robert Subbaraman)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중국과 인도의 제조업 생산성이 얼마나 빨리 추격해 오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